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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Nov 15. 2020

여자나이 오십

2막  그렇지만 # 아는 척 

회의 시간. 줄임말에 은어에 속어에 앞에 앉은 부하직원들의 입에서 막 튀어나온 생경한 단어들이 

주위를 날아다닌다. 그들 사이에서 결코 낡은 내 풍기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정신줄을 바짝 잡고 있다.

"그래서 이번 유튜브는 슬세권 뉴스를 다루는 작품을 이어가 볼 예정이구요.."

슬세권? 아니, 엊그제는 침세권이라더니 이젠 또 슬세권이라구? 

역세권을 벗어나 겨우 익힌 단어가 침세권이었는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슬세권이 뭐에요?" 라고 절대로 묻지 말자!

"그러니까 슬세권이라고 하면..." 하며 차라리 문장의 뒤를 흐린다.  끝을 흐린 이야기에는

그들이 다시 이유와 또 다른 해명으로 말을 이어받는다. 그때쯤이면 내 머리는 다시 눈치와 짬밥으로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그들의 막간 대화에서 힌트를 얻고, 그들끼리 이어지는 눈빛의 이야기속에서 

조각조각 정보를 꿰미어본다. 너덜너덜해진 내 머리의 상식은 어렵게 해석을 이어가고 있다.

침대 주위에서 만끽하는 세상이 아니라 슬리퍼 신고 다닐 수 있는 만큼의 가까운 세상이라는 슬세권. 

알고 나면 별것도 아닌 말들이 그들만의 은어로 포장되면 자존심이 팍팍 내려앉는 소리가 귀에까지 꽂힌다.

나이 오십. 젊은 그들이 웃을때 웃고 아플때 함께 아파보려고 분위기를 열심히 염탐하고 있는 나 자신이 

가엾기까지 하다. 

까짖 모르면 어때.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넘어가기에는 꼰대 대접 받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아직 성숙하게 영글지 못한 탓일까? 


2021년을 달굴 트랜디한 유행어들을 잘 정리해서 후배가 톡으로 보내주었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어떤 단어는 도무지 인터넷 해석만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 타지에 있는

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묻기도 한다.

"그러니까 말야.. 엄마가 말한 이 단어를 가지고 문장을 좀 만들어 봐... 그럼 이해가 쉬울거 같아.."

80대 울 엄마, 한글 맞춤법 틀린다고 그렇게 타박을 하던 내가 요즘 애들 사이에서 우리말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쩔쩔매고 있다니. 웃픈 현실이다.


어제는 새로 들어 온 20대의 젊은 인턴PD와 톡을 주고 받았다.

과거 10대가수까지 올라갔던 한 가수와의 인터뷰. 인터뷰 영상 편집본 모니터하다가 썸네일에 적힌

'구 10대가수'라는 표현을 보고 화들짝 놀라 톡을 보냈다.

"'구'라는 표현이 너무 낡았네..  본인이 보면 얼마나 실망하겠어요. 구? 이 글자는 빼버립시다."

그러자 빠른 톡이 후다닥 날아왔다.

"저.. 이거, 요즘 유행하는 '밈'인데요..."

아뿔싸. 밈이라니? 그런거였어? 

한동안 유행하던 '짤'을 이해하는데도 하루는 걸렸는데, 이번엔 밈이라니.

인터넷을 뒤지며 '밈'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밈'은 내가 자주 가는 송정 해변가의 근사한 레스토랑 이름인데.. 얘들이 사용하는 '밈'은 또 뭐란 말인가?

인터넷의 자상한 해석. 읽으면 알겠는데 눈을 떼니 고새 머리속의 해석이 사라진다. 

'언제 또 이걸 써먹어야 내 것이 되려나....' 피식 웃고 만다.\


20대 젊은 인턴과의 톡 수다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틀 뒤, 자신의 영상을 본 50대의 당사자에게서 날아온 짧은 톡 한마디.

"선배.. 에이, '구' 10대가수가 뭐에요.. 구? 그냥 10대가수를  강조해주지!"

나는 신바람나는 목소리로, 잘난척 하며, 아는척 하며, 신세대인척 하며, 나이 오십 감쪽같이 지워버린 

젊은 감성으로 휘파람 불며 가볍게 맞받아친다.

"그거 '밈'이야!"

"뭐요? 미임... 미림이요?"

뒤져봐라. 후배야. 미림은 맛술 브랜드야! 나이오십에 세상과  어깨를 견주려면 

공부할게 아주 많은 세상이란다. 그렇단다 후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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