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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Nov 15. 2020

여자나이 오십

2막 # 그렇지만  : 너는 늙어봤니? 나는 젊어봤다. 

후배가 갑자기 물었다.  "선배, 올해 몇이세요?"

지체없이 대답해주고 밥먹고 돌아오다 생각하니 내 나이가 가물거린다. 가만있자, 내 나이가 올해 몇이더라.  


오십이 넘으면서 나이 세는 일에 게을러졌다.

만 나이로 한 살을 줄이느라 예민했던 스물아홉과 마흔아홉.

한 두달 차이에도 앙칼지게 나이를 내려잡던 스물 다섯의 기억은 선명한데

어느날 부터인가 나이에 대한 기억이 뭉텅 잘려나갔다.

50이나 51이나 54나 57이나 오십대는 다 오십대로 다가왔다.

누군가 부모님의 나이를 물을때면 잠시 양해를 구하고 멈춰서서

올해 년도에서 부모님의 출생연도를 빼던 습관이 이제 내 나이에 적용이 되었다니. 

참, 세상사 그 무엇이든 예외는 없다는 것을 진정 몰랐다.

친구 얼굴의 주름은 보여도 내 얼굴의 주름은 보이지 않으니 나는 늘 만년 청춘이라 꿈꾸었던 모양이다. 

헛웃음이 인다. 


딱 3살 차이나는 친구가 있다. 사회에서 만났으니 굳이 나이 따지지 않고 친구로 지낸다.

적당히 말을 트고 존칭어를 생략하고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니 굳이 나이를 묻고 챙겨보는 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 나이가 50을 넘어갈때 혀를 차며 걱정했다.

"어떡해.. 난 지금 마흔 일곱도 너무 부담스러운운데, 어유. 오십! 상상도 싫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샌가 오십을 넘었다. 보기만 하면 이제는 내가 놀린다.

"오십 넘어도 별일 없나 봐... 잘 살고 있지?" 남이 들을새라 눈을 흘긴다. 

아직도 30대라 착각할 만큼 멋쟁이인 그녀는 길거리에서 나이 말하는걸 제일 싫어한다. 

그 당황스런 표정은 고소하다.  세월의 힘, 도찐개찐이다.


젊다고 나이 자랑 하는 후배들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고약한 용심이 치솟았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더라구요..호호호"

그거 내가 늘 하던 얘기야, 좀 더 있어봐,  나잇살이 기꺼이 찾아올걸.

"노안이 오면 책보기도 힘들다잖아요. 이렇게 잘 보이는데, 뭐가 안보일까요?"

젊어서 좋겠다, 그래도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단다.

"우리 언니가요, 일어났다 앉으려면 저절로 '끙'소리를 내는거에요. 가볍게 일어나는게 안되나봐요."

한 대 쥐어박을까 싶다 참아본다. 세월아! 쟤한테도 어서 흘러라.

"전요,  빨리 나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어려 보인다구 대접을 안해줘요. 동안! 너무 싫어요."

그래... 잘못했다, 잘못했어. 너처럼 그러고 다녔던 나의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할께!

나도 저질렀을 그 소행들을 바라보며 나는 질 수 없는 용심으로 마음 속 악다구니를 보탠다.

"너는 늙어봤니? 나는 젊어봤거든!  나도 아직은 창창한 수십년이 남아있다구."

이건 또 웬 억지타령인가.  


세상사 모든 일이 경험의 기억을 남기고 아쉽게 사라진다. 

내 뜻대로 가볍게 따라주던 내 몸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그때는 정녕 몰랐다.

국방부 시계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시계도 매순간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순간에는 진정 눈치채지 못했다. 


내일이 아쉽지 않기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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