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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J Sep 29. 2017

오랑주리 그리고 모네

수련

오랑주리 미술관(Musée de l'Orangerie)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며 인상 깊었던 미술관 중 한 곳이다. 콩코드 광장에서 튈르리 정원 들어가는 입구 한쪽 구석에 위치하여, 파리 중심지와 가까워 방문하기 좋다. 미술관이 크지 않고 아담하여 다른 큰 미술관과 다르게 힘들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세잔, 르누아르, 모네, 마티스, 피카소 등 근대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인상파 회화를 좋아하는 관람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작지만, 속이 알찬 미술관이다. 

오랑주리 미술관이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미술관과 다른 전시 형태에서 오는 감동이다. 대부분 미술관은 사각형 전시실의 평면의 벽에 그림이 전시되어있다면, 오랑주리 미술관은 1층에 두 개의 커다란 타원형 전시실이 서로 이어져 있고, 모네의 수련 연작으로 가득히 채워져 있다. 전시실 하나에는 네 점의 수련 작품으로 총 8점이 있는데 각 작품은 완만한 벽을 따라 곡선 형태로 길게 펼쳐져 있다. 모네의 수련은 파노라마 모드로 사진을 찍어야 작품을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다. 8점의 작품의 높이는 2m에 총 가로길이 합이 1백 미터가 된다. 전시실 천장으로는 자연채광이 스며들어 수련을 더욱 따뜻한 채색으로 만들어 준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타원으로 의자가 놓여있는데, 사람들은 그 의자에 빙 둘러앉아 오랫동안 작품을 감상한다.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고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기 좋은 공간이다. 미술관을 다니면서 작품을 제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보는 수련은 보는 사람들을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본래 루브르 궁, 튈르리 정원에 있는 오렌지 나무를 위한 겨울 온실로 사용되었으며, 때로는 병사들의 침실, 병기 창고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1차 세계대전의 종전이 선언되자, 80세 말년의 모네는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프랑스 정부에 수련 연작 중 두 점을 기증할 의사를 표시하였고, 1922년 그는 수련 연작 중 거대한 사이즈의 작품 8점을 기증하게 된다. 모네는 작품을 전시하기 알맞은 공간으로 설계하도록 미술관 설계자와 자주 논의했다. 하지만 모네는 전시실 개관을 함께하지 못하고 개관 5개월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후 몇 번의 개보수를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지금의 전시실이 되었다. 기념비적인 작업을 통해 탄생한 수련은 그의 마지막이 걸작이 된다.

“작품은 시민에게 일반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할 수 있게 하고 작품은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하게 할 것” 


모네는 백내장으로 앞을 거의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모네의 수련 앞에서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그림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안식을 갖기를 바랐던 염원이 고스란히 우리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아닐까.


사진 출처 : 본인 i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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