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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희 Feb 27. 2019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 인세로 얼마나 벌었을까

 


봄날에 출판사에서는 페미니즘 문학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에겐 어떠한 권리도 없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 시인들의 시를 엮고 삶을 담았다. 

19세기에는 사회적인 편견과 제약 때문에 여성 작가 대부분은 가명으로 책을 출간해야 했고,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수많은 난관도 무색하게 글쓰기를 기어코 업으로 삼았던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시를 벅찬 마음으로 소개한다.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제인 오스틴
에밀리브론테
크리스티나 로세티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조지 엘리엇
메리 셸리
루이자 메이 올컷
마가렛 풀러
엘라 휠러 윌콕스
루시 몽고메리 
그리고 사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에이미 로웰



이렇게 19세기와 20세기 초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들의 시를 신중하게 골랐고 그녀들의 삶의 흔적도 담았다. 그녀들의 아름다운 시가 독자 여러분의 가슴에 쉬이 빛바래지 않는 환하고 뚜렷한 흔적을 남기길 바란다





제인 오스틴은 재치 넘치는 유괘한 어조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로 전 세계인에게서 사랑받는 불멸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제인은 소설을 쓰며 시도 곧잘 썼는데, 지금까지 전해지는 시 몇 편을 이 시집에 소중하게 담았다. 


제인 오스틴의 아버지는 8남매 중 7번째 딸인 제인을 유달리 아꼈다. 어릴 적부터 딸을 직접 교육하면서 제인이 글재주를 펼치도록 어려운 형편에도 비싼 종이와 글쓰기 재료를 대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의 지지가 제인 오스틴이 작가로 생을 보낼 수 있게 한 밑거름이었다.



제인 오스틴의 『분별력과 감수성』(1811)과 『오만과 편견』(1813)


36세에 처음으로 출간한 『분별력과 감수성(이성과 감성)』(1811)과 『오만과 편견』(1813)은 초고를 완성한 후 무려 17년 만에 출간하게 된다. 그리고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를 잇따라 출간한다. 『노생거 사원』(1818), 『설득』(1818)은 그녀 사후에야 비로소 출간된다. 



신간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 찬란한 숲을 그대와]에 실린 부록 "19세기 여성 시인의 삶"을 시작하면서, 제인 오스틴의 삶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보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은 
“I can always live by my pen.” 
(나는 언제든지 글을 써서 살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 어떤 작가보다 사랑받는 19세기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이 과연 글을 써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고, 그녀의 예를 빌어 19세기 여성 작가의 현실을 엿보려고 한다. 

제인은 19세쯤에 『분별력과 감수성』 (또는 “이성과 감성”) 초고를 완성하고, 21세쯤에 『첫인상』을 완성한다. 이 책은 후에 『오만과 편견』으로 제목을 바꾼 후 출간된다. 제인의 아버지는 1797년 10월 이 작품을 한 출판사에 보내는데 우편이 반송되는 수모를 당한다. 하지만 제인의 창작 열정은 좀체 기죽지 않는다.  



36세이던 1811년 마침내 제인 오스틴의 첫 소설 『분별력과 감수성』이 출간된다. 저자 이름은 “한 숙녀 (by a Lady)”라고만 썼다. 사실 제인은 평생 가명으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출간되는데, 제작 비용을 제인의 가족이 지불하는 대신 저작권은 유지했다. 책 출간 후 제인은 140파운드 벌었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이 글을 써서 처음으로 번 돈이었다.  


제인 오스틴이 남긴 쪽지 “내 책으로 번 금액”이 전해지는데, 이 쪽지를 남길 당시 총 600파운드를 벌었다고 적혀있다. 여기에 『오만과 편견』 수입은 빠졌는데, 이 책으로는 110파운드를 받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이라 실망했다는 제인의 편지 내용도 전해진다. 이 금액에 제인은 저작권까지 넘겨야 했기 때문에, 같은 해에 『오만과 편견』 2쇄를 찍었지만, 그 인세는 못 받는다. 참으로 부당하기 짝이 없는 출판 계약이다.  


이 시대에 돈의 가치가 어땠는지 살펴보자. 제인 오스틴의 책 『분별력과 감수성』에서 네 모녀는 1년에 500파운드를 받게 된다. 아버지 저택은 이복 오빠가 상속받고, 가사 도우미 두 명을 데리고 친척이 제공한 ‘기우뚱한’ 시골집에서 궁핍하게 산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베넷 씨는 연간 2,000파운드를 벌고, 이 수입으로 7식구가 가사 도우미 한 명을 쓰고 시골집에서 소박하게 산다. 빙리 씨는 연간 4,000파운드를 버는데, 소설에서 상당히 큰 액수라고 나온다. 주인공 다아시 씨는 어마어마한 부자로 나오는데 수입이 연간 10,000파운드고, 그의 전 재산은 100,000파운드라고 한다. 




제인 오스틴이 평생 글로 번 돈인 약 700파운드가 얼마만한 가치였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제인의 소설은 성공했지만 그녀가 꿈꾸던 대로 완전하게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는 못했기에 평생 오빠 에드워드 소유의 집에서 살았다. 

제인은 당대의 여성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던 사회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고,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로 청혼을 승낙한 적이 있지만, 하루 만에 파혼한다. 어쩌면 첫사랑 토마스 르프로이 만큼 열렬히 사랑한 남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는 중년의 제인이 토마스를 다시 만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제인은 그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제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난했지만, 창작을 향한 열정은 단 한순간도 꺼뜨리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제인 오스틴이 사망하고 6개월이 지난 후인 1817년 7월 18일에 유작 『노생거 사원』과 『설득』은 4권의 전집으로 출간된다. 『설득』에서 마침내 제인 오스틴의 이름이 저자로 세상에 알려진다.  






1869년과 1871년에 제인 오스틴의 조카가 제인의 미발표 작품과 편지와 시 등을 엮어서 『제인 오스틴 회고록』을 출간한다. 이 책은 불난 듯이 팔렸고, 이로써 마침내 제인 오스틴의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되고, 그녀의 문학성이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게 된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인 오스틴의 모든 작품은 전 세계에서 영미 고전 문학의 명작으로 따라올 자가 없을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언니 카산드라가 그린 초상화




년만에 돌아온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개정판)


2년 전 1인 출판사 “봄날에”에서는 여성주의 문학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 찬란한 숲을 그대와》 1쇄를 2017년 5월에 펴냈습니다. 텀블벅을 통해 517분이 후원해주셨습니다. 출간 즉시 1쇄가 모두 소진되어 절판인 상태로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의미 있고 사랑스러운 이 시집을 찾는 분들이 계속 계셔서 개정판 출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여성 작가들을 선정하고, 그들의 시를 찾아 내고, 번역하고, 디자인해서 책으로 엮어서 세상에 내놓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초판 발행 2주년 즈음에 시집을 조금 더 다음에 개정판을 내놓고자 합니다.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텀블벅에서 후원하고 예약 구매하러 가기 
https://www.tumblbug.com/jane_austen2




제인 오스틴과 19세기 여성 시집 중에서
(추선진님의 낭독) 제인오스틴 - 연민에부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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