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작 비용과 인디자인을 알아보세요
자신의 책을 독립 출판으로 소량만 인쇄해서 지인에게 선물하고 몇 권은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독립 출판으로 300부 이상 제작해서 독립 서점을 통해 판매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 학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교재를 직접 만들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아예 본격적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고자 출판사 등록을 한 1인 출판사 대표도 있다. 출판 편집 디자인 전문 회사에 근무하는 디자이너이거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도 의뢰받은 책을 만든다.
편집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서 책임감 강하고 부지런하며 소통도 원활한 편집 디자이너를 만나기는 생각보다 힘들다. 편집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도 이 분야를 잘 이해하고 소통이 원활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의뢰인을 만나기를 간절하게 바라지만 매번 그런 행운이 따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잘 맞는 좋은 디자이너와 의뢰인을 만나는 건 복불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 책을 제작할 때는 사전 정보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편집 디자인 비용에 관해서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낮은 견적으로 의뢰했다가 자칫 본인이 원하는 퀄리티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고, 제때에 일 처리를 해주지 않는 디자이너를 만날 수도 있다. 지인의 추천 등으로 믿을 만한 디자이너에게 의뢰해서 디자인 퀄리티는 마음에 들지만 높은 견적으로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독립 출판이나 1인 출판으로 소량만 제작할 경우에는 디자인 비용에 너무 많은 예산을 쏟을 수 없다.
(자비 출판과 인디고 출력소를 통한 디지털 인쇄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직원 없이 혼자 책을 만드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독립 출판이거나 자신의 원고로 출판하려고 하는 1인 출판사 대표는 일단 저자에게 선인세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선인세는 초판 발행 부수 x 책 정가의 7~10%로 책정하는데, 초판을 몇 부 제작할지는 저자와 출판사가 협의해서 정한다.
편집 디자인 회사에 의뢰하거나 프리랜서 편집 디자이너에게 지불하는 금액이다. 책의 표지와 본문(내지)을 보통 따로 책정한다. 표지 디자인 비용은 디자이너의 경력과 디자인의 난이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50만 원 미만이기도 하고 150만 원이 넘기도 한다. 본문 편집 디자인비(조판비)는 책의 종류와 편집의 복잡도에 따라 다르다. 1쪽 당 4천 원 하기도 하고 1만 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예시]
본문 편집 비용 예시 : 1쪽 당 6천 원 x 250쪽 = 1,500,000원
표지 디자인 비용 예시 : 80만 원
편집 디자인비 예시 합계 : 2,300,000만 원
종이의 가격은 책의 크기(판형), 책의 쪽수, 종이의 종류, 평량(종이 무게로 두께를 나타낸다. 70g, 80g, 100g, 120g 등으로 구분한다), 면지(책의 앞 뒤에 한 두장 씩 들어가는 컬러 용지) 여부, 책 표지의 날개 여부, 총 제작 부수 등에 따라 다르다. 종이를 판매하는 도매업체(지업사)로부터 직접 구입하기도 하고 인쇄소에 일임하기도 한다. 인쇄용지는 매년 고시가를 발표하는데 종이 값이 상승하면 일 년에 몇 차례 고시가에 변동이 생긴다. 지업사에서는 고시가에 보통 30% 내외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물량이 적은 첫 거래에서는 30% 이상의 할인율로 공급받기 힘들 수도 있으니 인쇄소에 맡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인쇄비는 정말로 천차만별이다. 책을 처음 만든다면 최소 5군데 이상의 인쇄소에서 견적을 받길 권한다. 어떤 인쇄소는 견적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서 거의 2배가량 비싼 경우도 있다.
인쇄 단가는 제작 부수가 적을수록 올라간다. 300부와 500부 인쇄비가 별 차이가 안 날 수 있다. 1,000부 인쇄비가 500부 인쇄비의 2배가 아니라 조금 더 높다. 홍보나 판매에 확신이 없다면 인쇄비만 생각하고 500부 제작할 것을 1,000부 제작하는 충동적인 결정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종이 값이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선 제본(본드로 붙이는 제본)을 가장 많이 한다. 기본 가격(1,000부까지)이 20~25만 원 정도 한다. 실로 꿰매는 사철 제본에 양장으로 표지를 제작할 경우는 무선 제본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무선 제본에 양장을 하는 반양장 제본으로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책 표지는 반드시 코팅을 해야 하는데 기본 5~6만 원 선이다. 기타 에폭시나 박 같은 후가공을 한다면 최소 10~20만 원 더 든다. 소량 제작일 경우에는 후가공이나 제본을 인쇄소에 일임하는 게 좋다. 인쇄소마다 주거래 업체가 있기 때문에 필자는 후가공과 제본을 인쇄소에 맡긴다.
(책 제작비 예시 1)
A5보다 작은 크기, 1도 흑백 본문, 4도 컬러 표지, 220쪽 정도, 면지 없음, 표지 날개 있음, 표지 무광 코팅, 무선 제본
1,000부(1도) 인쇄 + 종이 + 제본 + 표지 코팅 = 최소 100만원 정도
인쇄에서는 1,000부가 보통 최소 부수이기 때문에 500부를 할 경우 50만원이 아니라 대략 최소 70~80만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책 제작비 예시 2)
A5 정도의 크기, 2도 컬러 본문, 4도 컬러 표지, 280쪽 정도, 면지 없음, 표지 날개 있음, 표지 무광 코팅, 무선 제본
1,000부(2도) 인쇄 + 종이 + 제본 + 표지 코팅 = 최소 180~200만원 정도
2,000부(2도) 인쇄 + 종이 + 제본 + 표지 코팅 = 최소 280~300만원 정도
독립 출판으로 독립 서점에 입고할 때는 보통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서 입고한다. 1인 출판사의 경우는 창고 보관과 각 서점이나 서적 도매 업체로 배본을 담당하는 배본사를 통해야 한다. 최저 비용은 월 5만 원~10만 원이다. 책의 종수와 배본량에 따라 비용은 높아진다.
책 한 권 출간하고 그만두지 않겠다면 제작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오래 살아남는다. 위의 책 제작 비용 중에 줄일 수 있는 건 딱 한 항목뿐이다. 바로 편집 디자인비다. 직접 편집 디자인을 하는 독립 출판인과 1인 출판사 대표는 생각보다 많다. 필자 또한 디자인을 직접 해서 제작비를 크게 줄인다. 모든 사람이 다 편집 디자인을 반드시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것에 어려움을 크게 느낀다거나, 합리적은 견적으로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면 그 편이 나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직접 해 볼만하다는 의욕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전해보길 권한다.
필자는 디자인 전문 학원에서 인디자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가르쳤고, 현재는 출판 편집 분야로 전문화하여 기업체 출강과 개인 지도로 인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총 강의 경력이 15년이 넘었다. 물론 1인 출판사를 5년째 운영하고 있기에 출간 도서를 직접 편집 디자인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서 강의를 했고, 다양한 사람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왕초보였지만 지금은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편집 디자인도 척척 해내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또 인디자인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인디자인을 잘 다루는 사람은 많지만, 인디자인을 쉽게 잘 가르치는 사람은 드물다. 인디자인 강의 경력이 많은 전문 강사에게 기초부터 잘 배우면 인디자인이 생각보다 쉽다.
한글이나 워드를 능숙하게 다루면 인디자인을 배우는데 유리하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제법 잘 다룬다면 인디자인을 훨씬 쉽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 관해서 전혀 지식이 없어도, 문서 프로그램이나 그래픽 프로그램을 거의 써 본 적이 없어도 인디자인을 배울 수 있다.
10대부터 70대까지 필자에게 인디자인을 배워서 자신의 책을 직접 만들었다. 필자에게 배웠던 사람 중에는 이메일 보내는 것 말고는 컴퓨터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길 바란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의 모든 기능을 싹 다 배우려면 한 3개월은 걸린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프로그램의 기능을 완벽하게 다 알아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기능을 익힌 후에는, 자신의 목적에 맞는 핵심 기능만 속성으로 배워서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책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인디자인 기능만 단기간에 배워서 뚝딱 책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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