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저녁에 뭐 하시오?"
"놀아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두 주전 토요일 저녁, 식탁에 붙어 앉아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속도감 있게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 미간에 주름까지 잡아가며 모니터를 쏘아보는 눈빛, 가끔씩 내뱉은 한숨, 분명 노는 것 같지는 않은데 논다고 하는 나의 대답이 낯설었는지, 남편이 재차 물어보았다.
"논다고? 일하는 거 아니고?"
"노는 거예요. 일하는 거 아니고요."
논다고 하면서 뭐가 그리 심각한 건지, 뭔가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남편은 갸우뚱하며 내 옆을 지나갔다.
지난주, 역시 토요일 저녁, 식탁에 몇 시간째 앉아서 노트북을 딸각거리는 나에게 남편이 또 물었다.
"뭐해요?"
"놀아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지난주에 내게 물었을 때보다 더 빠르게 대답했다.
"놀아? 오늘도?"
"예엡, 놀고 있습죠."
내 등뒤로 목을 쑥 내밀어 노트북 화면을 쓱 들여다보며 남편이 다시 말했다.
"뭘 쓰고 있네."
"글을 씁니다. 나한테는 이게 노는 거지요. 나만의 노는 법!"
"아~, 근데 머리는 왜 뜯어?"
"저리가시오. 노는데 방해됩니다."
"마누라의 놀이가 참 독특하구먼. 잘 노시오."
남편은 잠깐 키득거리다가 잘 놀아보라는 의미로 오른쪽 손가락을 모아 눈썹밑에 잠깐 붙였다 떼는 가벼운 거수경례를 보냈다. 나도 오른 눈썹에 손가락을 붙여다 떼면서 신나게 잘 놀겠다고 응답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질문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논다'라고 대답한 나한테 깜짝 놀랐다. 글쓰기는 늘 부담스럽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해 왔고, 그래서 바로 두 주 전까지도 왜 안 써지느냐, 몸에 착 붙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고민했는데, 이 힘든 일에 놀이라고 답을 하다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이유가 어쨌든 글쓰기를 편하게 대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유 따지지 말고 마음 변하기 전에 즐겨볼 생각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것, 분명히 얼마 안 가서 주제가 마음에 안 드네, 문체가 이상하네, 논리가 딸리네, 생각을 여기까지 밖에 끌어내지 못하네, 완성도가 떨어지네 하며 괴로워할 날이 금세 올 것이다. 그런 생각이 다시 들기 전에 얼른 마음껏 놀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