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 비틀거리는 걸음일지라도

by 그냥사탕

내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삶이라는 이름이 언제나 끝을 모르는 매일의 연속이지만 말입니다.


끈기가 없다고 여겨왔던 생활이기에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길이 막히면 이내 뒤돌아서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얻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더욱 낮아지는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었습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다짐을 수 백번 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기본값으로 돌아오는 관성은 아무리 높이 점프를 할지라도 바닥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중력보다 강력한 힘을 자랑합니다. 흔들리기 싫어 채찍질을 해보겠다고 글이라도 끄적거려 봅니다. 그러나 빈 화면의 깜빡이는 커서가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의 제 글을 한 편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알 것입니다. 얼마나 비루하고 거만함이 넘치는 글을 써 왔는지 말입니다. 매일 비틀거리는 자신을 독려하고 힘내라고 말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마치 스스로가 무엇이라도 된 듯한 오만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그저 스스로가 염치없는 인간으로 가고 있다고 광고하는 꼴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과거에 썼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처음 몇 편만 읽어보려 했는데 손가락질받기 딱 좋은 글들로 인하여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전부 잊은 채 계속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글에 대한 스스로의 감상평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뻔뻔하기 짝이 없어서 부끄럽다!"


맞습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처음 시작한 이유가 꽉 막혀서 답답함이 가득할 때 조금이나마 풀어보고 싶었다는 마음입니다. 그렇기에 말이 되든 안되든 무조건 끄집어냈고, 문자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나열했습니다. 어쩌면 속풀이 용으로 일기장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리고 감사하게도 말도 안 되게 그 나열들이 브런치 작가로 불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뭣도 아닌 제가 무어라도 된 듯 착각하고 오만하게 굴게 되었습니다. 감사함을 바탕으로 더 잘하려고 노력해도 부족할판에 막 싸지르면 된다고 여겼나 봅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그 또한 귓불이 달아오를 만큼 다시 한 번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얼굴을 맞대지 않고 모니터 안의 글자로만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초심은 언제나 중요하지요.

그런데 초심을 유지하기는커녕 기고만장의 끝을 보겠다는 다짐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글을 마주하니 더 이상 무어라 변명조차 궁색하여 못하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글을 쓰던 마음과는 단절하기 위해 글을 쓰는 어투부터 고쳐 보려 합니다. 과거의 글들을 모두 삭제 할까 고민도 했어요. 그러나 포기했습니다. 나의 흑역사가 존재해야 다음에 또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스스로에게 보내는 경고장처럼 증거를 남겼습니다. 뻔뻔하게 말이지요. 읽는 이는 압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신상정보는 몰라도 그 사람이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지 말입니다.


책상위 종이와펜.png


최근 온라인 서점 몇 군데의 구독을 신청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시도했었어요. 출퇴근 시 붐비는 대중교통 속에서 종이책은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어서 리더기를 이용했었지요. 그런데 주부가 되어 출퇴근의 필요가 없어진 이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매번 구매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있어서 얼마 전 다시 온라인 서점의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몇 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곳은 신세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웹소설에다가 한때 블로거들 사이에 유행했던 가벼운 전자책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한 마음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마구 읽어보았습니다. 정식 출판된 지류 도서를 전자책으로 변경하여 만든 것들에 비하여 분량도 얼마 안 되는 그것들은 당혹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작정하고 읽다 보니 한 시간에 다섯 권까지 읽을 수 있더군요. 읽는 속도가 느려 일반 책은 시간당 한 권의 반의 반 정도밖에 못 읽는 흐름일진대 말이지요.


정보를 담았다고는 하나 AI가 알려준 내용들을 예쁘게 짜깁기 한 냄새까지 물씬 풍기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영혼 없이 글자 수, 페이지 수만 채운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동안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생각했던 '책'이라는 존재는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종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누구를 비판할 주제는 아니라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진심이 담겨있지 않던 이상한 전자책들은 다시 한번 글 쓰는 자세에 대하여 반성하게 만들어줍니다.


글은 쓰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작업입니다. 시, 소설, 에세이, 자기 계발 등 모두 그러하다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그런 작업 말이에요. 그렇기에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갖고 단상을 적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리 행하지 않았던 태도에 또 한 번 부끄러워집니다. 진심을 다해 쓰셨던 많은 작가분들의 귀한 보석들 표면에 흠집을 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 바르게 걸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 또한 어린이 시절에 그렇게 배웠을 겁니다. 매 순간 확신보다 흔들림의 연속을 살아가면서 걸음조차 제멋대로라면 목, 허리, 골반 등 다양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때문에 비틀거리는 걸음 일지라도 용기를 갖고 바른 길로 제대로 가야 될 것입니다. 다리에 힘 딱 주고 걸어야 합니다. 내딛는 걸음이 더딜지라도 한 발 한 발 뻗으면 됩니다. 멀리서 보이는 재미난 구경거리에 마음이 앞서 서두르다가는 결국 스텝이 꼬이고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쓰는 한 줄의 이야기가 모두 명문장이 아닙니다. 제가 주제파악은 잘하거든요. 그러나 끄집어내는 단어 하나하나 마음을 다해 담아낸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도착지점을 향하는 바른 길에 들어설 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니 비틀거리는 걸음 일지라도 다리에 힘 딱 주고, 스텝 꼬이지 않도록 조심스레 걸어가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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