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무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사탕 May 15. 2023

작지만 너무나 컸던 생채기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단순히 평소보다 지독한 독감 중 하나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과 바람과는 달리 2023년 5월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확진이 되면 '조심하라'는 주변의 격려로 끝이 난다. 그저 호된 몸살정도로 그 무게감 또한 줄어들었다. 하지만 초반에는 강력한 전이와 무서운 합병증으로 한 번 걸리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공식이 은연중 퍼졌다. 


확진이 된 사람은 당연히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쥐 죽은 듯 지내야 했다. 혹여 다른 이에게 전파가 되었다면 세상 존재하면 안 될 이처럼 마녀사냥과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보건소에서 PCR검사를 받고 대중교통이 아닌 사람이 없는 골목을 돌아 긴 시간이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연은 모두의 귀감이 되는 공익광고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으며 비행기의 운항 중단으로 타국으로의 자유로운 이동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4인 이상의 모임 금지와 음식점, 술집 등 유흥에 관련된 곳은 늦은 밤 영업을 제한당했다. 자연스레 회식은 줄어들었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사람이 모이지 못했기에 헬스장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들의 자영업자들은 다른 의미로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확진자의 수는 대폭 감소가 되었으나 여전히 1~2만 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병원을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과 업무, 상업시설은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었다.

하늘길도 열리고, 상권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는 모두의 일상에서 차츰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끝이 난 것일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글쎄...

태어나서 마스크를 쓴 시간이 인생의 절반을 넘는 아가들에게는 바깥은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 위험천만한 공간이다. 일상이 정상화되었다기보다는 그 안에 우리가 적응해 가고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현명할 듯싶다.


단순 감기라고 부르기 무서운 코로나19라는 사건은 각자의 삶에 크고 작은 상처를 만들어냈고, 제각기 다른 모양의 밴드를 붙이는 과정 중에 하나였다.





"중국에서 이상한 병이 돌고 있데요~"


큰 아이의 하원길.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들끼리 모여 잠깐의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2019년 12월의 중순.

차가운 겨울 공기 탓에 손끝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날씨는 개의치 않고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단속하랴 엄마들 사이에 대화에 끼랴 정신이 없었다. 


다음 해 5세를 바라보며 짧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심오한 토픽이 오가는 와중에 나온 한 마디였다. 마치 '이번 독감이 참 무섭데요~'와 같은 무의미한 그 문장 하나가 우리 가족의 혹독하고도 긴 겨울의 시작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