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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un 05. 2023

결혼은 미친 짓 이라면서 결국 하고 말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항상 그렇게 외치며 다녔던 20대였다. 

여기에 아이가 있다면 내 삶은 끝이 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확고한 주관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5년간의 장기연애 끝은 (죽고 못 살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해 백년가약을 맺는 것이었다. 


흔히 부르는 다이아몬드 수저나 금수저는 아니었으나 풍요롭게 살아왔던 나와는 달리 우여곡절을 겪은 이후 결혼 준비금 하나 없이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연히 두 사람의 결혼은 고생 한 번 안 하고 곱게 기른 귀한 딸 평생 힘들어할 걱정에 부모님의 반대에 이르렀다.


"세상이 얼마나 혹독한데! 

너 뉴스 못 봤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지금 시작하면 너 평생 힘들게 살아야 해!"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힘든 것이지 불행한 건 아니잖아요!"


결혼식을 3주 앞둔 어느 날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아빠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들었다. 

매번 '네~네~'하던 순종적인 딸의 확고한 말 한마디로 결국 허락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내 선택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리라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럴 리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연애는 평범한 연인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박봉의 월급을 받던 나와 아직 학생이었던 그와의 러브스토리는 언제나 빠듯했다. 데이트를 할 때 커피숍 가는 돈을 아끼려 무료 전시회를 다니며 추억을 쌓았고, 추운 겨울 해가지면 편의점 캔커피의 온기에 기대 근처 대형병원 인적이 드문 수술장 입구에서 추위를 피해 꽁냥거렸다. 


각자의 삶의 충실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때로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볼 때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서로의 마음은 항상 이어져 있었고 우리에게는 장소 따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야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거지


아무것도 없이 맨바닥에서 홀로 가정을 이끌고 멋지게 자수성가한 친정 아빠를 보면서 나 또한 절로 당연한 논리라고 여겼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흠잡을 데 없는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성실한 우리 아빠. 다만 표현이 어색해 무뚝뚝하기만 했던 우리 아빠. 다소 고지식하기는 했지만 언제나 철두철미한 그 모습은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겼던 당시의 남자친구. 

여기에 다정함이 추가가 되다 보니 더 나은 선택지는 없다고 여겨졌다. 오로지 믿음과 미래만을 바라보며 그렇게 시작한 결혼 생활이었다. 무엇보다 전통미를 중요시하게 여겼던, 그래서 때로는 답답함에 짓눌렸던 친정에서의 해방감을 나는 결혼이라는 외면했던 제도를 통해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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