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지나면 가을바람이 올 거예요

by 그냥사탕


7월이라는 특정시기는 누군가에게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이들도 분명 존재하겠지. 여름휴가나 방학이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장마라고 하기에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지나갔다.

하늘이 뚫린 듯 시원하게 쏟아지던 물줄기는 맑은 하늘을 남기고 뜨거운 태양 열기를 선물로 두고 가버렸다.


비가 오면 어딘가 수해라도 날까 걱정, 안 오면 또 뜨거워서 걱정.

사람은 애초에 걱정을 만들어내는 종자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부쩍 무더위에 조심하라는 폭염경보 안내문자가 자주 온다. 덕분에 앞으로 두어 달 정도는 이놈의 열기와 사투를 벌여야 하겠지.


한낮의 기온은 해가지면 조금 식을까 기대를 해 보지만 길어진 낮의 길이만큼 그 열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다음날 태양이 뜨다 보니 의미가 없어진다.

콧구멍에서조차 뜨끈 거리는 바람이 나온다.



"역시~ 열대어야!"


아이가 며칠 전부터 물고기를 자꾸 말하기 시작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 고요함 속에서 또다시 열대어를 이야기하길래 무슨 뜻인고 싶어 귀를 기울여 보았더니 밤에 엄청 덥단다.

‘아하~ 열대야!’


어디서 들은 것인지 온전치 않은 단어이지만 본인이 습득한 내용을 여기저기 남발하는 것이 자신의 똑똑함을 어필하고,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내가 가르쳐 준 적 없는 언행들.

최근 들어 부쩍 어려운 단어를 종종 쓰는 것이 초보 엄마는 이런 면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까지 무조건 내 손을 거쳐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가끔씩 튀어나오는 아이의 성장은 더 이상 내 품 안에서 꼬물거리던 작은 아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뜨거운 기온 탓에 짜증 지수는 올라가지만 그 와중에 땅속의 씨앗은 조금씩 새싹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나의 태도가 여전히 씨앗을 다루고 있다.


대지의 품 안에서 평온하게 지내왔을 작은 씨앗과 이미 머리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새싹은 그 모습도 필요로 하는 자극의 양과 종류도 모두 다르다. 내 품 속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하는 것은 내가 그만큼 덜 컸기 때문 아닐까.

뜨거운 열기를 가린 채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다면 육신은 안전할 수 있겠으나 아이의 알맹이는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쓰린 마음을 감추고 더 나아가고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당장의 어려움은 내 손끝을 파르르 떨리게 만들지만, 훗날 아이에게 좋은 영양분이 된다. 지금의 삽질들이 헤매지 않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나부터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커나가는 만큼 나 또한 성장해야 하는 과업이다. 식지 않는 열대야의 기온을 견뎌야 시원한 가을바람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멈추지 않는 에너지와 지금의 각종 힘듦을 버텨야 이후의 즐거움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그리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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