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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미 Dec 06. 2023

아이도 엄마도 울면서 다니는 어린이집

어린이집, 엄마의 분리불안(1)

왜 ‘18’개월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는 아이의 18개월을 보내면서, 나는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학수고대했다. 원하던 어린이집에서 입학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은 날에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입학상담을 다녀오고부터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깨끗하고 아이 친화적인 환경이 집보다도 나아 보였다. 



낯가림을 많이 하는 아이는 다행히 적응기간을 잘 보내는 듯 보였다. 여러 장난감을 탐색하고 때로는 함께 등원한 나와 멀리 떨어져 선생님과 둘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드디어 나도 자유의 몸이 되는 건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첫날, 나는 아이를 재워놓고 나름의 계획표를 짜며 즐거워했다. 운동도 다니고 카페도 출근하며 글을 써야겠다. 독서모임도 하나쯤 하면 좋겠지. 



마냥 좋을 것만 같았던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막상 혼자만의 등원이 시작되자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애써 떼어내 선생님에게 맡기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괜히 주위를 서성거리며 아이의 울음이 언제 멎나, 보초를 서기도 했다. 



종일 붙어있다가 갑자기 떨어지게 되니 나 또한 분리불안을 느꼈다. 집안일을 하고 독서를 하면서도 아이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직도 울지는 않을까, 온 신경이 아이에게 쏠려 있었다. 어느 날인가는 통곡을 하는 아이를 보쌈하듯이 원에 집어넣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데에 유난히 오래 걸렸다. 3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지만 낮잠을 6월 들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젠 좀 괜찮아질 때도 됐다고 생각할 무렵에도 아이는 쉬이 어린이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이게 맞나’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매일 등원시켰다.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늦게 등원하는 편이 좋았던 것 같다.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겁이 많아 어린이집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남들이 보낸다는 시기와 비슷하게 아이를 등원시켰지만, 정작 내 아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9월, 건강이 안 좋아져 친정으로의 이사를 준비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을 퇴소했다. 직장에 복직하기 전까지 가정보육을 하며 아이와 좀 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었다. 마침 날씨가 좋은 시기여서 산이며 호수며 아이를 데리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날이 추워져 집 안에서 나와 종일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도 아이는 정말로 행복해했다. 



“어린이집 가고 싶어?”

“시여.”

“친구들 안 보고 싶어? 선생님 보러 갈까?”

“아니야.”

“누구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

“엄마!”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아이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장난감과 친구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 딱히 무얼 해주지 않아도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 몸은 좀 더 고되어졌지만 나도, 아이도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러 엄마들과 친분을 갖게 되었고, 독서모임도 하며 나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리고 나만의 자유시간에 나는 오히려 핸드폰만 붙잡고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의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영상을 연달아 보고, 시끄러운 기사만 죄 섭렵하며 오히려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즈음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경험이 있기에 미련없이 퇴소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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