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을 제외한 모든 것
첫 외국 방문 = 미국 세 달 살이
학사 학위가 있는 분들은 (요새 빠른 커리어 탐색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분들도 많아서 제한을 둬봤습니다.)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금 대학에 다니는 분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계세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 이런 컨셉의 대학생활을 했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생활을 한 것 같아요. 우리가 대학생 하면 떠오르는 그런 푸른빛 가득한 청춘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거든요. 왠지 모르게 대학교 입학 전부터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지라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슬렁슬렁 연구실에 인턴으로 출근하면서 어떤 연구를 내 전공으로 삼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축구 동아리 매니저에 학교 방송부 아나운서 활동도 1년 정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그렇게 잘 놀지도, 공부를 엄청 잘하지도 않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생활을 했죠. 그러던 중에 문득 생각났어요. 제가 해외교류장학생이라는 걸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양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해외교류장학금'이었어요. 저희 학교에는 몇 가지 해외교류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교환학생제도와 외국 대학교의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문화교류프로그램이었어요. 문화교류프로그램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중에 외국 대학교의 어학당 같은 곳에서 간단한 강의를 들으면서 한 달 정도 지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둘의 중요한 차이점은 선정 인원이었어요. 문화교류프로그램은 다녀오지 않아서 정확한 인원수는 모르지만 주변에 많은 학생들이 다녀온 것으로 보아 그래도 한 학기에 학교(나라) 당 서른 명 정도는 선발했던 것 같고, 교환학생은 한 학기에 학교 당 2명만 선발했습니다. 거기에 저희 학교는 재학생이 적은 편이라 교환학생을 맺고 있는 미국 대학교는 University of Michigan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문화교류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게 훨씬 쉬운 길이었을 것 같은데, 저는 그래도 '이왕 외국 대학교를 경험하는 거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는 교환학생을 가자!'라고 생각을 했고, 교환학생 = 영어권 국가라는 혼자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선택지도 University of Michigan 하나로 제한해 두었습니다. (이러한 제 결심으로 평생 하지 않을 것 같았던 휴학을 한 학기 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건 다음에 구구절절 풀어보겠습니다.)
어찌어찌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서 외국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그때 다시 벼락같이 깨닫게 된 한 가지.
나 태어나서 외국을 처음 나가잖아!
어렸을 적 가족여행은 주로 산으로 강으로 국내여행이었고, 중고등학생 때는 아빠와 밤낚시를 하는 취미 아닌 취미가 있었기에 외국은 관심도 없었거든요. 심지어 대학교 입학 후에도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들은 보면서도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드는 그런 순수 국내파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방문했던 것도 고등학생 때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탔던 것이 유일했었고요. 이런 사람이 처음 나가는 외국이 가까운 일본, 동남아도 아니고 미국이라니? 거기다 4박 5일 여행도 아니고 3달 정도 살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교환학생이라니? 저는 나름 소심하고 신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주위사람들에게 하다 보면 '나는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게 좋아.'라고 이야기하기 양심에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학교에서 선발하여 교내 제도를 기반으로 학생을 외국으로 보내는 일이라 그런지 교내 담당 부서에서 웬만한 일은 다 처리해 주시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이때 간접적으로 경험한 외국 생활 준비 경험이 후에 대학원생 때 싱가포르 1년 살이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지를 거 다 저지르고 나중에 불안해하면서 인터넷에 '공항에서 출국하는 법', '미국 입국 심사 질문' 같은 걸 검색해서 달달 외우고 미국에 가게 됩니다. 이렇게 제 기준에서 어마어마한 도전이었던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에는 따로 얻은 것이 있다는 생각은 못했었어요. 그냥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기에는 3개월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며, 영어를 못해도 미국 한복판에 갑자기 뚝 떨어져도 살 수는 있겠다는 영어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 거의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제가 지냈던 기숙사가 글로벌 기숙사라서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던 것, 학기 중간 break week 동안 미국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와 뉴욕 여행을 다녀온 것,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혼자서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다녀온 것, 학기가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에 혼자서 미시간 - 시카고 - 라스베이거스 - LA 여행을 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했던 수많은 경험뿐만 아니라,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고민 끝에 휴학을 결정하고 추가 장학금을 받기 위해 미래에셋 교환학생장학금에 도전해서 선정된 것처럼 저에게 결단력과 성취감을 안겨준 활동들은 저의 긍정적인 자존감을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경험이 없었으면 대학원생 때 싱가포르에서 1년 동안 연구하는 걸 지원하는 과제에 참여할 기회가 왔어도 선뜻 용기 내서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어떤 경험이나 활동이 직접적으로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은 현재 본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유지하려고 하는 관성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생각보다 크다고 믿어요. 그래서 어떤 일을 힘들여 진행하고 마무리 한 직후에 직접적인 보상이 없다고 느껴져서 이건 의미 없는 활동이었네 라는 판단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깊게 생각을 하며 그 일을 진행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다른 시간대의 다른 방향에서 그 일에 대한 보상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관련된 에피소드도 생각나는 데로 하나 둘 올려보도록 할게요.
마지막 문단을 쓰고 있는 지금, 글을 발행한 지 거의 두 달은 되어가는데, 사실 그 사이에 저에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그동안 관심이 있던 분야의 공부를 하기 위해 사이버대학교 편입을 준비했고 합격해서 10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는 건데요. 이 이야기도 차근차근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