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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Feb 18. 2019

도를 아십니까

네 압니다. 조만간 득도예정.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는 이와 같은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을 조직 구성원에 적용하면 이렇게 풀이된다. '존경받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존경받지만, 기피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기피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실은 꽤 자주) 인내심을 시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OOO 질량보존의 법칙' 은 누구나 체감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타인을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타인으로 인해 지나치게 분노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토록 마음을 다잡아도 회사에는 꼭 '어때, 이래도 네가 마음의 평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밥벌이의 나날을 득도에 이르는 길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그분들. 그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며 오늘 하루도 득도와 해탈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 본다. (우리회사에만 있는 건 아니겠지)


1.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게, 타인에게는 엄격하게

존경받는 사람들과 피해야 할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강력한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존경받는 사람들의 이중 잣대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타인에게는 관대하게' 라는 기준이고, 기피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게, 타인에게는 엄격하게' 라는 점이다. 자신은 업무시간 중에 수시로 자리를 비워도 되고, 상사에게 말대꾸를 해도 되고, 법인카드로 친구들과 술을 먹어도 되고,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남에게 떠넘겨도 되지만 같은 행동을 타인이 하면 정색을 하고 비난을 퍼붓는다.


2. 타인의 칭찬에 인색하고 자신의 칭찬은 갈구한다

타인이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거나 칭찬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세상에 자신을 제외하고는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 타인을 칭찬하는 경우에는 둘 중 하나다. 타인을 칭찬하지만 실은 자기자신을 칭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칭찬의  pay back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때 의도와 달리 자신에게 칭찬이 돌아오지 않으면 분노하니 주의하자), 그 타인이 상사일 경우. 3번과 연결된다.


3. 자신이 아부하는 윗사람은 많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는 아랫사람은 없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함)'이 확실하다. 윗사람에게는 아부하고 아랫사람에게는 하대하는 것도 생활화되어있다. 모두가 경쟁자이므로 아랫사람을 키워줄 생각 따위는 없다.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아랫사람을 키워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보기에는, 인내심도 포용력도 없으므로 아랫사람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다. 또 돌아서는 순간 타인의 험담을 하거나 타인을 깎아내리는 것을 아랫사람들에게 너무 자주 보인 까닭에 신뢰조차 얻을 수 없다.


4.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한다

대체로 언어 표현이 거칠고 폭력적이다. 감정 조절을 하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폭발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탈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뒤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자신이 기분상했던 일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두고두고 사골국처럼 '네가 그 때 나 이렇게 기분 나쁘게 했잖아' 라며 우려먹는다. 자신이 뒤끝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며, 상대방에게 역시 엄청난 뒤끝을 남긴다. '뒤'(나중)에 저 사람이 '끝'장나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뒤끝.


5. 말이 많고 실속이 없다

정말 일을 열심히 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몰두해야 하므로 중언부언하거나 과대포장할 시간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기피되는 사람들은 하이에나처럼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정작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지쳤을 때 쌩쌩하게 나타나 화려한 웅변과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지식이 바닥난다. 지금까지 말발로 포장하고 남들에게 일을 전가시켜서 부족한 지식을 덮어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6. 스스로 땀흘려 이룰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흘린 땀에 기대려 한다

개미와 베짱이를 생각하면 된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보며 '쟤가 열일하니 나는 놀아도 되겠군' 이라고 생각한다. 배짱을 부리며 놀다가 결과물을 보여야 할 타이밍이 오면 개미의 곳간을 털어간다. 지금까지 계속 타인의 지식과 수고를 등치며 살아왔으므로 스스로 습득하는 능력이 약하다. 실은 애초에 자신이 땀흘려 이룰 마음조차 없다. 기억해라. 인생은 당신이 땀흘린 만큼만 남는다.


7. 과거의 영웅담과 무용담이 끝없이 나온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나 '전남친이 술먹고 전화한 얘기' 처럼 틀에박힌 과거의 자랑거리가 화수분처럼 쏟아진다. 조금 더 보태면 웬만한 건국신화나 창사특집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핵심은 '그거 내가 다 했다'에 있다. 함께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증빙자료만이 존재한다. 이상하게도 그와 함께 그 엄청난 일을 해낸 사람들은 다 무능하거나 인격적 결함이 있거나 게으르거나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믿고 싶지 않더라도, 직장 생활을 해 본 우리는 저절로 알게 된다. 이 모든 밉상 요소에 플러스 알파까지 더해진 분노유발 요소들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그럴 경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뭐? '도' 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직장인의 도를 묵묵히 헤쳐나가자. 그러면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 라고 묻는 사람들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굳이 대답을 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는 없으므로 아래와 같은 의미를 담은 눈빛을 0.1초 정도 날려주고 지나가도록 하자.


"이봐, 도가 무엇인지는 내가 더 잘 안다네. 자네도 진정 도를 알고 싶다면, 길바닥에서 이러지 말고 나 대신 며칠만 일해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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