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의 시대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시대다. 1코노미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떠오르고, 혼밥러, 혼술러를 위한 마케팅이 주류가 된 시대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결혼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보다 결혼을 왜 했느냐는 질문이 더 흔해지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이미 2019년에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의 74.4%가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
비혼은 가볍고 편리하다. 결혼으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무게가 비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집값은 엄두가 나지 않고 민낯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시부모님, 장인장모님을 뵐 때는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대에 나는 감히 결혼하기를 참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주말부부라 일주일에 남편 얼굴을 보는 날은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남편이 내려가거나 남편 집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에는 눈물이 찔끔 날 것 같기도 하지만, 결혼하니 참 좋다고 말하고 싶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혼의 내가 만족스러웠다. 2년에 한 번 정도는 혼자 뉴욕이며 파리 같은 핫한 도시를 다니며 혼자 스냅사진을 찍곤 했고, 아직 하고싶은 일이 많아 결혼은 급선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새 친구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조바심이 들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 아이엄마 친구들과 아직 쌩쌩한 나 자신을 비교하며 아직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생판 남이었던 사람을 믿느니 스스로를 믿고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정당화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나’보다 ‘우리’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위로를 받는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에게 꿀물을 타 주고 해장국을 끓여줄 때, 내가 이 사람을 챙겨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집에 있더라도 신발장에 있는 남편의 신발만으로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는 기분이 들 때, 결혼해서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 아침 늦잠을 자고 함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체온을 느낄 때, 결혼해서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존재 자체가 아주 커다랗고 포근한 위안이 된다. 결혼은, 할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