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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Jan 26. 2023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지금 행복하세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다.

주인공 노라는 키우던 고양이가 죽고, 직장(번듯한 직장도 아닌 알바 수준)에서 잘리고, 피아노 레슨도 잘리고, 가족과 친구에게 버림받고, 주위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고,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죽음을 결심한다. 그러나 사실 아무런 의지나 의욕이 없는 그녀에게는 자살조차도 너무나 ‘능동적인(active)’ 행동이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그야말로 자정의 도서관. 어린 시절 도서관 사서가 그녀에게 ‘후회의 책(the book of regrets)’을 주며 후회되는 일이 없어질 수 있도록 삶을 되살게 해 준다. 평행우주 이론처럼 다른 우주에서 다른 모습의 삶으로 살아보는 노라. 그러나 완벽한 삶은 없고, 삶이란 늘 무언가 한 가지를 얻으면 다른 무언가를 잃게 되는 식이다.


아직 여기까지 읽었다. 원서로 읽는 책 치고는 진도가 제법 잘 나가고 있다. 영어로 읽어도 어렵지 않아서 원서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도 영어지만, 이 책이 잘 읽히는 것은 아마 내 삶에 후회가 많아서일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후회의 요소를 없앨 수 있다면, 바로잡고 싶은 삶의 사건이나 선택을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다면. 아주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정말 삶에서 딱 두 가지의 선택만 다시 할 것이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내 삶의 두 가지 선택. 그것만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훨씬 행복하리라.


때로 이런 생각에 사무치는 것이 어디 나뿐이랴. 그래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마음 속에 무수한 ‘만약에…‘와 ’그랬어야 하는 건데‘를 품고 사니까. 그런데 이 책은 ‘그랬더라도 너의 삶은 완전히 행복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지금의 삶이 불행하다 할지라도 다른 삶은 지금의 삶에 있는 아주 작은 행복을 앗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더 큰 행복을 위해 그런 하찮은 소중함 정도는 포기해도 되는, 그런 것이 세상에는 없는 것이다.


큰 행복도 작은 행복도 동일한 질량으로 소중하다.

그래서 소소한 행복이 많은 삶이 하나의 큰 성취를 이룬 삶보다 사실 더 행복한 것이다. 소소한 행복은, 너무 뻔한 문구지만, ‘마음먹기에 달린 것’ 이기에 지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인 것 같다. 그런데 너무 힘든 사람에게는 그 말조차 와닿지 않는다. 주인공처럼 아예 그 삶을 살아봐야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이 글을 쓰고 싶어졌냐 하면,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후회가 되고, 후회는 자책이 되고, 자책은 다시 불행으로 이끄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후회하는 사람은 후회의 무한루프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사실 지금 생각하는 후회가 없어져도 다른 후회가 생길 것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떨칠 수 없는 후회들.

내 삶에 너무도 가득찬 The Book of Regrets 의 한 줄 한 줄을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을까. 어딘가의 삶에서는, 어느 평행우주에서는 행복한 내가 존재할까. 아니면 그냥 나는 아주 가까이 있는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스스로 외면하고 불행에 머물러 있는 걸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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