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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거, 나쁜 거, 힘든 거는 다 엄마가 갖고올게

by 데이지

아기가 아팠다.

하필 남편이 출장가기 전날부터 출장 내내.

코가 심하게 막히고 목이 아픈 아기는 통 먹지 않았고

겨우겨우 뭔가 먹으면 계속 토를 했다.

아기 방 매트리스 커버를 밤새 몇번이고 벗기고 빨고

아기는 눕히면 토하고 안으면 좀 나아서

계속 안고 소파에 기대어 잤다.

머리가 위쪽으로 향해야 토를 덜 하고 겨우 잠을 잤다.

회사일이 바쁜 시기라 갑작스러운 휴가가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힘없이 축 늘어져 먹기만 하면 게워내는 아기는

엄마 품에 안겨야 잠을 잤다.

- 아가, 아픈 거 나쁜 거, 힘든 거는 다 엄마가 가져올게. 엄마가 대신 다 아프고 힘들게.

너는 건강한 거, 좋은 거, 행복한 거만 가져.

아기를 쓰다듬으며 계속 되뇌었다.

아기는 듣고 있는지 품에 안겨 눈만 껌벅껌벅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눕지 못하고 아기를 안고 자니 온몸이 굳었지만

상관없었다.

이렇게 해서 아기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을수 있다면 매일이라도 할 것이었다.

다행히 아기는 안고 잘 때마다 조금씩 좋아졌고

5일째가 되자 숨소리도 좋아지고 밥도 잘 먹었다.

아픈 거 엄마가 갖고 올게. 엄마가 대신 아플게.

아기가 아플 때마다 드는 생각.

뭐든 내가 짊어져서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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