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신이 탄생했다

by 데이지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 에서 국가를 '세속의 신(mortal god)' 이라 표현했지만, 이제 세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국가에 대해 신적인 믿음을 잃은지 오래다. 현실을 사는 우리가 더욱 의지하는 신은 어머니가 아닐까. 어머니는 통치하지 않아도 지배하고 무력이 없이도 권위가 있고 납세하지 않아도 보호를 제공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도 알 수 있듯 국가를 이루는 단위인 가정이 바로서면 국가는 자연히 큰 탈 없이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가정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필요하다. 개인이 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도 어머니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리라. 비단 그 탯줄에서 나온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기대어 의지할 '엄마' 를 찾는 것은 인간 뿐 아니라 지각을 가진 생명체의 공통된 현상이다.


국가도, 신도 개인의 고통을 모두 구원하지는 못한다 여겼다. 개인의 물질적, 심리적 구제는 스스로의 몫이라 여겼다. 신문고를 두드린다 한들 갈등이 해소될 리 없고, 밤낮으로 기도한다 한들 문제가 해결될 리 없었다. 나 자신만을 믿어야 했다. 따라서 모든 고난이 연합군처럼 밀려오는 순간에도 나를 함락시킬 수는 없었다. 믿었던 남자친구의 배신과 이별, 갑작스러운 사고와 예기치 못한 수술, 부서 이동을 계속 훼방놓던 상사와 의지했던 직장 동료들의 잇따른 퇴사... 동요하기는 했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엄마의 말 한 마디에 나는 맥없이 스러지기도 했고 불사조처럼 일어서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모두 엄마, 엄마.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니다. 어머니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태산같은 믿음으로, 대양같은 사랑으로 품어줄 누군가가, 변함없이 그 곳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신이라는 영속적 존재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모계사회의 신은 어머니, 대지의 여신으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화의 근원이 아니던가. 모정에의 갈망과 모성에의 회귀는 진정 인류의 DNA에 잠재된 공통분모가 아니던가.


생명체에게, 사람에게, 혹은 지각이 있는 모든 생물에게 엄마보다 신이 먼저 인지될 리 없다. 더 가까이 있고 실체를 확신할 수 있는 존재 또한 엄마보다 신이 우선할 리 없다. 신의 존재는 나중이었다.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초자연적 존재에 의탁하여 지배력을 가지거나 안온함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정당화했다. 신이 사람들에 의해 발명된 것인지, 발견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는 인간의 출생과 동시에 당위적으로 존재하는 무엇이다.


"Oh my God!" 과 "엄마야!" 는 결국 같은 말이지 않은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