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무릎기며 가는 것

by 데이지

"부모는 무릎기며(무릎꿇고 기어가며) 가는 거다"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시곤 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가끔은 엄마가 내 자랑을 좀 해 주었으면 할 때가 있었다. 제법 큰 상을 타거나 전교 1등을 해도 좀처럼 남들에게 나의 업적을 알려주지 않는 어머니가 야속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자녀들의 업적을 물으려 할수록 어머니는 더더욱 입을 다물었다.


옛날옛적 우리네 어머니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귀신이 탐할까 개똥이라고 불렀다지만, 그것이 현대에도 통하는 풍속은 아니지 않은가. SNS는 자식 자랑으로 넘쳐나고 '내 자식 천재설'은 모든 어머니들이 한 번씩 제기하는 가설이 아니던가. 시대에 발맞추어야지 어머니 혼자 짐짓 겸양해서는 나만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머니는 좀처럼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꼭 알릴 필요가 있는 소식은 가까운 지인과 친척 몇 사람에게만 알렸다. 대학 입학이라던가 취직과 같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소식일 경우였다. 그마저도 신문 기사처럼 사실만을 건조하게 전했다.


뛸 듯이 기쁘더라도 그 기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낮아지고, 소중한 존재를 위해 엎드린다. 그의 최선을 위해 나의 최선을 포기하고 그의 행복을 위해 나의 희생을 감수한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얼마나 기꺼운 마음으로 행하는가. 사랑의 신비이며 기적인 것. 사랑은 온유하고 오래 참는다는 것,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것. 성서에 존재하는 구절이 그럴 듯한 말들을 써 놓은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사실이기에 성서로 옮겨졌으리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다. 내가 받은 사랑이란, 내가 주어야 하는 사랑이란 이런 것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사랑은 착하고 착한 것, 선하고 선한 것, 순하고 순한 것이라고. 진정한 사랑이란 항구히 선을 추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나와 상대와 세상을 향해 더 밝은 빛을 비출 수 있게 하는 기름일 것이라고. 사랑의 세례로, 그 숭고한 기름부음을 받음으로써 사람은 그 어떤 등불보다 주위를 환하게 밝힐 수 있으리라고. 사랑이란 본디 가장 아래에 깔려 가장 빛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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