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교통사고로 외할머니를 잃으며 엄마의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따라서 엄마에게 자동차와 운전은 많은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 원흉이었다. 엄마는 운전을 두려워했지만, 엄마가 된 후 운전면허를 땄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엄마 껌딱지였던 딸은, 엄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갔다. 엄마의 운전학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책만 쥐어주면 어디서든 조용히 있는 아이였다. 잠자코 있는 아이는 어디에서든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엄마가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여느 때처럼 교실 밖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교실에서 갑자기 박수 소리가 났다. 이내 엄마가 나왔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필기시험 1등으로 붙어서 박수받았어. 아까 박수소리 들었니?"
칭찬을 바라는 아이같은 목소리였다. 엄마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응, 엄마. 잘했어."
12월이었다. 복도에는 난로가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입김이 하얗게 얼어 붙었다. 그것이 재미있어 부러 공중에 대고 입김을 불어보곤 했다. 안개같은 입김 너머 무엇엔가 열중한 엄마의 옆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수업을 듣는 교실 벽은 회색과 연녹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복도의 윗부분은 원래 흰색이었을 색이 칠해져 있었고 아래쪽은 연한 회색이었다.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시멘트의 맨 살결이 거칠게 드러나 있었다. 시험에 통과했으니 이제는 여기에 올 일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주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그 날은 택시를 탔다.
여섯 살 딸과 서른 네 살 엄마는 그렇게 행복하게 집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