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운전

by 데이지

운전대를 잡기 직전, 엄마는 늘 기도를 했다. 학원에 늦어 동동댈 때도, 약속 시간이 빠듯해 서둘러야 할 때에도 예외는 없었다. 가끔은 잠깐 숨을 멈췄다가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자동차 키를 꽂고 시동을 걸 때의 엄마는 무언가 말을 건네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일에 열중한 사람 같았다.


딸이 면허를 딴 뒤에도 엄마는 꽤 오랫동안 딸이 운전을 하지 못하게 했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탈 일이 있으면 운전은 반드시 엄마의 몫이였다. 역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남들은 이 나이면 다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탄다고, 시력도 체력도 엄마보다 내가 나을 거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것,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것. 엄마가 행동을 제약하는 기준이었다. 운전은 아무 것도 해당되지 않는데 늘 금기였다. 도로주행과 실기를 만점으로 합격했는데,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탄 사람들 중 운전실력을 지적한 이도 없었는데, 면허는 존재 가치를 다 하지 못하는 물건이 되었다. 내게 그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만큼.


이제 운전을 해도 엄마가 무어라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어야 할 때나 맹추위와 장마철의 출퇴근길에는 차가 있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묻기도 했다. 딸은 청개구리처럼 막상 권유받으니 운전대 잡기가 싫다 했다. 기계문명의 복잡성은 컴퓨터로 충분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텔레비전도 없이 살고 있는데 자동차 없이 사는 것이 무어 대수겠냐고. 더욱 현실적으로는 감가상각과 내용연수와 같은 용어를 들먹이고, 보험료와 기름값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사실은, 운전이 두렵다.

이전 02화엄마의 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