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던가.
팀과제를 하게 되면 누가 농땡이를 부리는지, 누가 잘 하고 누가 잘 못 하는지에 대해 모두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무임승차자에 대해 비판하고 열심히 하는 나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엄마는 내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어차피 여러 명이 하는 일은 한두 명만 일을 하게 되어 있어. 일을 도맡아 하는 몇 명만 잘 하면 돼. 합창단에서도 모두가 노래를 잘 하지 않더라도 노랫소리는 아름답잖아. 너도 또 다른 일을 할 때는 잘 못하는 사람들에 속할 수 있는거야.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네가 돋보일 수 있는 것처럼, 또 어떤 상황에서는 네가 고만고만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 줄 수도 있는거야.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엄마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에는 팀과제나 조별 PT 같은 것이 없었을 텐데, 엄마는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을까. 내심 감탄하였다. 실로 세상은 고른 분포로 돌아가서, 내가 어떤 일을 좀 잘 한다고 뽐내고 싶으면 이내 뭔가를 잘 하지 못해 주눅들 일이 생긴다. 사실은 잘난척을 할 필요도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해 내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될 뿐이다. 정말 재능이 없는 일을 하게 되거나, 피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들에게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혹은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쪼르르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엄마는 모든 일을 터놓을 수 있는 나의 대나무숲이자 함께 고민하는 상담사이자 길의 좌표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므로. 엄마는 회사 일이나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테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대신 내 친구들이나 지인들, 회사 동료들의 이름이나 특성을 엄마는 거의 다 알고 있다. 매일매일 일어난 일들을 일기장처럼 엄마는 알고 있다.
엄마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아무 것도 없다.
엄마가 없었더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