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김춘미 역(민음사)
• 인간성(人間性)
1. 사람의 본성
2. 사람의 됨됨이
• 됨됨이
[명사] 사람으로서 지니고 있는 품성이나 인격.
인간성, 됨됨이......
모두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정해지는 성질이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누가 세웠을까?
요조는 스스로 자신을 사회 부적응자, 별종,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무언가가 결여된
그야말로 인간으로의 '실격' 당할만 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누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
인간은 이러이러하여야 한다 라는 기준은
어느 누가, 어떤 누구를 보고 만든 것일까?
물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피해를 입힌다면
부당함을 없애고 형평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규범과 규칙이 필요하리라.
그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 안에 부합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모범이 되고 인간의 기준이 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요조같은 사람은 어떤가?
그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끊임없이 피해를 입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사회에서
제명 당했다.
그를 속이고, 농락하고, 등쳐먹은 이들은
여전히 "인간" 자격을 유지하며
또 다른 요조들을 등쳐먹고 있다.
나는 요조에게서 나를 보았다.
나 역시 끊임없이 나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허튼 소리를 지껄이고,
우스운 몸짓을 자처하기도 한다.
물론, 매 순간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어느 상황에선
요조와 같은 마음일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간"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마도 내 주변 덕분이리라.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내 가족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그들이 내게는
나의 "인간성"을 구축하고 지키게 하는
근원이자 힘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p.13-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p.92-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지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
'너는 너 자신의 끔찍함, 기괴함, 악랄함, 능청맞음, 요괴성을 알아라!'
.....(중략).....
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p.93-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大洋)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은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p.97-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p.134-
-- 세번째 수기의 맨 마지막 두 문장에서 소름이 확~ 돋았다. 그 문장은 쓰지 않겠다.
-- 같이 수록된 단편 <직소> 역시 매우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당신의 불안에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