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스카르메타/우석균 역(민음사)
feat. 일 포스티노
누구나 마음 속에 시 한 편씩 갖고 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손으로, 입으로 시를 끄집어 내어
시인도 되고, 음악가도 되고, 화가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안에 숨은 시를 알지 못하고 산다.
파란 가을 하늘을 보았을 때,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보았을 때,
무심코 눈이 닿은 보도블럭 사이에서
노오란 얼굴 내민 민들레를 발견했을 때,
더운 여름 길을 걷다 건물 사이로 휘돌아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만났을 때,
아이의 웃음 속에서,
친구의 잡은 손의 따뜻함 속에서,
부모님의 구부정한 등선에서,
사랑하는 이의 익숙한 숨소리에서
우리는 수없이 우리 안의 시를 마주한다.
그것이 시 인줄도 모르고.....
그것이 시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당신은,
나는,
너는,
우리는,
오늘 하루의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들을 지어냈는가....
얼마나 많은 자각하지 못한 시들로
기쁘고, 슬프고, 분노하고, 공감하고,
행복했는가.......
"어때?"
"이상해요."
"'이상해요' 라니. 이런 신랄한 비평가를 보았나."
"아닙니다. 시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에요. 시를 낭송하시는 동안 제가 이상해졌다는 거예요."
"친애하는 마리오, 좀 더 명확히 말할 수 없나. 자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침나절을 다 보낼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요. 시를 낭송하셨을 때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바다처럼 말이지!"
"네,그래요. 바다처럼 움직였어요."
"그게 운율이란 것일세."
"그리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멀미가 났거든요."
"멀미가 났다고."
"그럼요! 제가 마치 선생님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같았어요."
시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내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바로 그래요."
"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니, 마리오?"
"무엇을 만들었죠?"
"메타포."
"하지만 소용없어요. 순전히 우연히 튀어나왔을 뿐인걸요."
"우연이 아닌 이미지는 없어."
-p.30~31-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p.32-
청년은 전보를 들어 환한 쪽에 비추면서 내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로 나가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이미 페달을 밟으며 달려가고 있을 때 코스메가 나머지 우편물을 손에 들고 문에서 소리 질렀다.
"다른 편지들도 가져가야지."
마리오가 멀어져 가며 말했다.
"나중에 가져갈게요."
"얼간이 같으니. 그러면 두 번이나 가야 되잖아."
"얼간이라니요, 국장님. 선생님을 두 번 볼 수 있잖아요."
-p.40-
"시인 동무, 당신이 저를 이 소동에 빠뜨렸으니 책임지고 저를 구해 주세요. 당신이 제게 시집을 선물했고, 우표를 붙이는 데에만 쓰던 혀를 다른 데 사용하는 걸 가르쳤어요. 사랑에 빠진 건 당신 때문이에요."
-p.85-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p.85-
"내가 편지 읽는 것보다 자네가 쪽지 읽는 게 더 오래 걸리는군."
"장모님은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삼켜버리잖아요. 글이란 음미해야 하는 거예요. 입 안에서 스르르 녹게 해야죠."
-p.106-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티볼트의 칼을 맞은 머큐쇼처럼 대답해 주지. '상처는 우물처럼 깊지 않고 교회 문처럼 넓지 않지. 하지만 충분해. 내일 내 안부를 물어보게, 내가 얼마나 딱딱한지 알게 될 걸세.'"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