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집(꿈결)
인문학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인문학이 뭘까?
무엇이기에 기업에서도, 정치판에서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문학에 빠지는 것일까?
책을 읽고 나니 인문학은,
이 세상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인문학이고,
TV에, 신문•잡지, 라디오에 나오는 모든 것이 인문학이다.
유명 교수의 강연도 인문학이고,
옆집 아무개 엄마의 수다도 인문학이다.
나의 시간과, 사유와, 감정과, 본능이
모두 인문학이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인문학의 삶을 살고 있다.
“너희들은 앞으로 80년 동안 일하게 될 거야. 그렇다면 직업을 가질 기회가 적어도 네 번은 될거야. 네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찾아봐.”
-p.42-
역사, 거창한 것도 오래된 것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바로 역사입니다. 내 삶의 시간 속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 시간들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역사의식입니다.
-p.86-
대다수의 어른이 랩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욕설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실 분노가 욕설로 표출되는 건 배설의 순기능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주의해야 할 점은 욕설의 원인입니다. 내 안의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짧은 낱말로 내뱉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게 바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유의 길이는 글로 쓰는 문장의 길이에 비례합니다.
-p.101~102-
마크 로스코의 그림 앞에 서면 온갖 생각이 다 난다고 합니다. 화가의 생각과 내 생각이 반드시 일치 할 필요가 없어요. 로스코는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된다. 작품에 대한 어떠한 설명을 달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관객의 정신을 마비시킬 뿐이다. 내 작품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어떠한 매개도 필요 없습니다. 그림 속에서 화가와 무한히 교감할 뿐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그림 속의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결론은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자는 겁니다. 오히려 이런 태도가 우리에게 자유를 줍니다.
-p.131~132-
현대 미술은 막막하고 낯설지만, 낯섦에 계속 부딪혀야만 삶이 틀에 갇히지 않고 확장될 수 있습니다. 나의 삶 혹은 내 아이의 삶이 지금처럼 틀에 갇혀 있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 틀을 깨고 훨씬 더 넓은 세상과 호흡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예술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p134-
맥락과 상황을 제외하고 이론만을 습득하면, 머리로는 들어와도 가슴까지 옮겨 가지 않습니다.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을 이론에 맞춰 해석하게 되고, 그 해석을 가지고 타인에게 이해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나’는 빠진 상태에서 이론에만 경도되면 비판적 안목이 사라지게 됩니다. 공감하지 못하는데도 이론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우선 머릿속에 구겨 넣은 철학은 삶과 따로 놀게 됩니다.
-p.139-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답을 찾으려면 싸우면 안됩니다. 우리는 자꾸 논쟁에 빠집니다. 내가 옳으냐, 네가 옳으냐. 이런 촌스러운 짓은 하지 말자고요. 칸트 가라사대, 공자 가라사대가 아니라 중요한 건 ‘나’입니다. 내가 던지는 문제에 대해서 소환된 칸트가 18세기 관점으로 설명한 뒤에 21세기 관점으로도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됩니다. ‘나’ 또는 ‘성찰’이 빠지면 철학이 아닙니다.
-p.179-
철학은 고상한, 고생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철학은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하는’ 겁니다. 끌려가지 말고 직잡 화두를 던져 불러오세요. 이것만 즐겨도 철학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p.180-
‘생활에 필요한 정보나 경제 기사가 실린 것도 아닌데......’라는 이유로 소설을 펼쳐 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실용의 궁극은 뭐예요? 내 자신이 행복해야 하고, 내 삶의 밀도가 농밀해져야 합니다.
-p.267-
이상이 현실과 부딪히면 깨지고 상처를 입겠지요. 하지만 이상이 없으면 진보도 없습니다. 소설은 우리가 자꾸 잊으려고 하던 이상을 다시 깨우고 불러들입니다. 소설은 비극이건 희극이건, 수준이 높건 낮건 삶과 세상 그리고 인간을 새로운 친밀감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니 소설은 아주 훌륭한 삶의 조미료입니다.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