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월간미술)

by 소연




이토록 간결하고, 아름답고, 해학이 넘치는 그림들이라니.....
사실상 “그림”하면, 고흐니 피카소니 하는 서양 미술을 떠올리게 된다.
예전에 한 전시회에 갔다가
젊은 커플이 하는 얘길 들었다.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말하기를,
“서양화에 비하면 동양화는 너무 쉬워. 종이에 먹으로 쓱쓱 몇 번만 그려놓고 나무래. ㅋㅋㅋ”
하니까 여자가 말을 받아,
“내 조카도 그리겠다.”
정말 그럴까?

오주석은 우리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들은 찾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 준다.
붓이 스쳐 만든 선은 물론
담백하게 물든 채색,
대담하게 비운 여백에 깃든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찾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장의 그림을 연신 들춰보면
숨어있던 의미와 재미가 빠꼼히 고개를 내민다.

조카도 그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삐죽 뺀 선들은
그림에 힘을 더하고,
그리다 만 듯 남긴 여백은
그림을 감상하는 이 스스로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배려가 있다.
그림 위, 혹은 아래에 첨해 써넣은 짧은 화제는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시이다.

원래도 그랬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우리의 것이 참 좋다.
우리의 소리도 배우고 싶고,
우리의 춤도 배우고 싶고,.....
오주석이 소개한 그림들을 보고 나니
우리의 그림 또한 너무나도 배우고 싶어진다.

나의 노년 역시
한 폭의 잘 그려진 한국화처럼
나름의 힘이 있고,
관계에 있어 담백하며,
어느 상황에서건 담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 좋겠다.

그리 늙었음 좋겠다.




시절이 하 수상타. 세상이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느라 분분하니 흙먼지가 인다. 어제의 벗이 손바닥 뒤집듯 오늘의 원수가 되고, 그렇다고 진정 미운 사람도 없어서 누구하고나 쉽게 손을 잡고 웃음을 판다. 어느 세상엔들 이런 한심한 꼴이 없었으랴만, 돌이켜보면 세상이 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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