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송무 역(민음사)
비범과 평범, 물질과 열정, 세속과 탈속.....
우리는 때로 비범함을 갈구하면서 평범함을 지향하고,
홀가분한 자유를 갈망하면서 어딘가에 속하기를 바란다.
안정된 삶, 평탄한 인생을 버려야
광기어린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걸까?
서머싯 몸이 상상해 낸 고갱의 허구적 캐릭터는
미간이 쭈그러들도록 재수없지만
가슴 한 켠이 찌릿하도록 매력적이다.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의 똘끼 충만한 정신세계가
너무나도 탐이 나는 나는
차마 지금의 안락함을 버릴만 한 용기마저도 없다.
그러니 평범하게 살 수 밖에......
그러고 보면,
나는
은빛 찬란한 둥근 달을 동경하며
양 손에는 6펜스를 꼭 쥐고 놓지 못하는
아직은 세속이 좋은 사람인가보다.
언젠가 두 주먹 속 6펜스를 떨구고
두 팔 벌려 달을 안을 그 날이 오기를......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눈부신
나의 달을 안을 수 있기를....
인간은 신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타고난다. 그래서 보통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 인간이 있으면 그들의 생애에서 놀랍고 신기한 사건들을 열심히 찾아내어 전설을 지어낸 다음, 그것을 광적으로 믿어버린다. 범상한 삶에 대한 낭만적 정신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전설적인 사건들은 주인공을 불멸의 세계로 들여보내는 가장 확실한 입장권이 되어준다.
-p.10~11-
젊은 세대는 자신의 힘을 의식하고 소란을 떨면서, 이제 문을 노크하는 일 따위는 걷어치우고 함부로 들어와 우리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사방이 그들의 고함 소리로 시끄럽다. 나이든 사람 가운데에는 젊은이들의 괴이한 짓을 흉내내면서 자기네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애써 믿으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개중에도 제일 혈기왕성한 무리를 따라 힘껏 소리 질러보건만 그 함성은 입 안에서만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그들은 가버린 청춘의 꿈을 되살릴 수 있을까 하여 눈썹도 그려보고, 분도 발라보고, 화장도 덕지덕지 해보고, 흥겹게 떠들며 놀아보는 가련한 바람둥이 여자들 같다. 지혜로운 이들은 점잖게 자기들의 길을 간다. 그들의 그윽한 미소에는 너그러우면서도 차가운 비웃음이 깃들여 있다. 그들은 자기들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소란스럽게, 그들처럼 경멸감을 가지고 안일에 빠져 있던 구세대를 짓밟아왔던 일을 기억한다. 또한 지금 용감하게 횃불을 들고 앞장선 이들도 결국은 자기들의 자리를 물려주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옛 도시 니네베가 그들의 위업을 하늘 높이 쌓아올렸을 때 새로운 복음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말하는 당사자에게는 자못 새롭게 여겨지는 용감한 말도 알고 보면 그 이전에 똑같은 어조로 백 번도 더 되풀이되었던 말이다. 추는 항상 좌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p.17~18-
"...나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아오? 세상 사람 대부분은 그냥 평범하게 살면서도 전혀 불만이 없어요."
-p.76-
"...누구나 힘을 행사하기를 좋아합니다. 사람의 혼을 움직여 연민이나 공포의 감정을 일으킨다면, 그보다 더 멋진 힘의 행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p.110-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p.112-
"이보게나,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나?"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