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 레이나(학산문화사)
책에 취미를 붙이기 전부터
나는 그렇게 서점이 좋았다.
커다란 책장 가득 빼곡히 꽂힌 책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만 같다.
지금은 서점보다 온라인서점을 더 많이 이용하지만,
가끔씩 조금 더 비싸더라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기도 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눈에 띄는 책을 뽑아 들고 읽다가
그 책과 나의 정체 모를 찡- 함이 느껴지며
'그냥 책'에서 '내 책'이 되는 바로 그 순간...!
그 순간의 희열은 온라인서점에선
절대 느낄 수 없다.
암~ 절대 느낄 수 없고말고.....
한 때는 대형 서점에,
지금은 온라인 서점에 밀려
점점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독자들을 불러들이는
개성파 서점이 하나, 둘 늘고 있다.
부디 이런 서점들이 사라지지 않고,
잘 버텨주기를 ......
가만히 앉아 세계의 서점 구경을 했더니
마음은 이미 1만 마일리지도 넘게 쌓인 듯
행복하다.
소개된 20개의 서점 중 유독 나의 맘을 끄는 곳은
미국 오하이의 '바츠 북스'.....
9:30에 문을 열어 해가 지면 닫는다는
이 야외 서점도 인상적이지만,
히피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예술가들이 모여든다는
'달'이라는 뜻의 '오하이'가
가슴 설레도록 궁금하다.
담벼락 따라 빼곡히 꽂힌 책들....
"오하이의 비는 똑바로 내려서 책이 젖을 일은 절대 없어요."
저자가 쓴 것 처럼 오하이는
'남 캘리포니아의 지상낙원'이자 꿈의 땅이 맞는가보다.
또다시 마음 속 배낭을 싸고 길을 나선다.
배낭 속엔 옷 두세벌, 책2권, 그림도구가 들어있다.
책 속에 소개된 스무개의 서점을 들른다.
마음 속 마일리지가 또 차곡차곡 쌓인다.
'교환 서점'이라는 뜻을 가진 <바터 북스>는 35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영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다. 그들은 다 읽은 책을 이곳에 두고, 가져온 책의 가치를 따져 적당한 책을 골라 가져간다. 그렇게 사람과 책이 끊임없이 그 역사를 찾았다가 다시 떠나간다.
-p.22 영국/바터 북스-
책은 물체로서 손에 쥘 수 있는 것으로 물리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지만, 다시 책을 펼쳐 들면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펼쳐지는 특성에 사람들은 매혹되고 만다. 그 한 권에 실려 있을 그 무언가에 대한 일종의 구체적인 기대감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찾는다. 시간적인 면에서 생각해 보자.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는 독자는 책 안에 흐르는 무한한 시간 속으로 자신이 해방되는 감동을 맛볼 것이다. 실재로 책장을 펼쳐 읽다 보면 자신의 인생이 정말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농밀한 시간이 그 속에 흐르고 있다. 그 간극, 유한과 무한이 양립하는 그 부분이 바로 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p.42 후지모토 소우-
1964년, 그는 더 이상 집 안에 책을 쌓아놓을 공간이 없게 되자, 파리의 센 강변에 있는 길거리 고서점을 떠올려 집 앞에 책장을 놓고서 장서 중 일부를 팔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올려둔 빈 커피 캔 안에 책값을 넣고 알아서 원하는 책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지불 방식은 이 서점의 전통. 담벼락 너머로 동전을 던져 넣는 방식을 취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동전 구멍을 만들었다. 고양이가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것 역시 이곳만의 전통으로, 3대째인 지금의 주인도 이곳을 맡기 시작하면서 흰색과 검은색의 얼룩고양이를 입양했다.
-p.90 미국/바츠 북스-
광장에는 성조기 모양의 간판을 단 영어 서적 전문 서점이 보이는데, 미국에서 건너온 여성 린이 이곳의 점장이다. 1972년에 남자친구와 유럽 여행을 왔다가 가지고 온 책들을 모조리 읽어버린 그녀는 마땅히 읽을거리가 없어 작은 헌책방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아메리칸 북 센터>이다. 린은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당장 일하기 시작한다. 남자친구가 귀국한 후에도 홀로 남게 된 그녀는 그 후 네덜란드 남자와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1983년에 남편, 시누이와 함께 이 서점의 주인이 된 것이다.
-p.108 네덜란드/아메리칸 북 센터-
사람은 반드시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는 것은 아니다. 오래 남는 것들이 있는 곳은 그 나름의 공기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리라.
-p.155 미나토 치히로-
벽면을 가득 채운 무수히 많은 책에 둘러싸여 이곳에서 지내며 글을 쓰는 사람도,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사람도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곳. 언젠가 파리를 떠나게 되더라도 축제는 계속될 것이며 언제든지 이 거리, 이 서점을 다시 찾을 것이다. -p.160 프랑스/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산타페 거리에서 처음 본 그 건물의 인상은 그저 그런 하얀 파사드에 입구도 왠지 좁아 보였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예전 휴게실이었던 곳을 지나자, 그곳은 눈부시게 화려한 책의 극장이었다. 회반죽과 황금으로 장식한 조각으로 테두리가 둘러진 박스석에는 벨벳 팔걸이의자가 있고, 그 의자에 편하게 걸터앉아 책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903년에 극장으로 지은 건물이었으나 현재는 객석을 모두 떼어내고 서가로 대체되어 갤러리 벽면 전체를 모두 책으로 채웠다.
-p.178 아르헨티나/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지구의 마지막 날, 어떤 책을 읽고 싶을지를 생각하며 서점 안 서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p.206 미국/더 라스트 북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