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프라베티/김민숙 역(문학동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
'이것이 아니면 분명 저것이다'라고 당연시되는 것들 역시 많다.
하지만, 세상이 과연 그렇게 딱 떨어진 대답으로 정의 될 만큼 쉽고 단순할까?
책은 끊임없이 모호한 소제목으로 나를 혼란시킨다.
이것? 혹은 저것?
그것? 아님 이것?
읽다보면, 이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다는
칼비노(혹은 칼비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설득된다.
소설? 혹은 동화? 같은 이 길지 않은 책은
딱 떨어진 대답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슨하고 탄력적으로 생각하게끔한다.
빡빡한 삶이 조금은 말랑해진 느낌이다.
"당황할 필요 없네, 젊은이. 내 감정을 상하게 할까봐 노심초사할 필요 없다고. 우리도 이 성스러운 곳을 '정신병원'이라고 부르고, 또 우리 스스로를 '미치광이'라고 불러. 우리도 우리가 정상......인들과 완전히 똑같지 않다는 걸 알아.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공상에 빠져 지내기는 하지. 하지만 그게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드느냐 하면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도대체 누가 매사에 제정신이기를 원하겠나? 지나치게 '제정신'인 사람들은 서로 너무 쉽게 얽히고설켜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서로가 서로를 속박하는 거야. 으하하하!"
-p.47-
"하지만 책은 우리를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들잖아요."
루크레시오가 말했다.
"거리를 두게끔 돕는 거죠."
노부인이 콕 집어 말했다.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 환자들과 똑같이 행동해요. 특정 등장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의 모험을 재현하지요. 이게 당신이 말한 대로 잠시나마 우리의 일상에서 스스로를 멀어지게 하는 거죠. 하지만 만약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그러니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나중에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줄거예요."
-p.56-
"생각해봐! 치마를 입으면 다 여자야? 왜 도서관에서는 책상에서만 책을 읽어야 해? 원래 책은 누워서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하지 않아? 상상해봐! 책상이 아닌 침대가 있는 도서관을! 푸른 초원 한가운데 놓인 침대애 누워서 책을 읽으면 어떨까?" -p.140~141 옮긴이의 말 중-
이 책이 딱딱하게 굳은 우리의 편견에 물음표를 달고, 상상하고 질문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것은 '좋은 책'이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끔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에서 비롯된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질문을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정신세계는 단련되고,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깊이와 유연함이 생긴다고 프라베티는 믿고 있다.
-p.141 옮긴이의 말 중-
독자들이여, 상상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고,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대를 위한 책 처방전이 존재하나니!
-p.142 옮긴이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