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돼?

라즈 채스트/김민수 역(클)

by 소연



신문이었는지, 잡지였는지, 그도 아니면 방송에서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언젠가 이런 글(혹은 말)을 본(혹은 들은) 적이있다.
“현재 4~50대의 사람들은 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다.”
노부모의 직접부양을 당연시 했던 나의 부모님 세대들 중 많은 분들이 이제 우리 세대에게 “우리 식의 부양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보고 자란 것이 있어 그런가) 아직 우리 세대 역시 우리 부모 세대처럼 부모가 늙으면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한 듯 하다. 물론, 우리가 노년이 되었을 땐 자식에게 사업 자금을 대주느니 내 노후자금으로 쓰면서 자식에게 손벌리지 않겠다 라는 생각 역시 강하고 말이다.
부양의 과도기를 이끌어가는 끼인 세대인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건지 어쩐건지.....

작가의 부모님 역시 90이 넘은 노령이셨고, 아버지는 치매를, 어머니는 질환을 가지고 계셨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치셨고, 나이를 거꾸로 드셨나 싶을 정도로 고집이 세지셨다. 결혼 해 출가한 외동딸은 노령의 부모님을 어떻게 케어해야할 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부모님의 아파트에서 병원으로, 요양원으로 부양의 장소를 옮기고, 그 때마다 싸우고, 폭발하고, 미안해하고, 또 폭발하고를 반복한다.
이 미칠 것 같은 순간들을 작가는 만화가답게 에피소드화 하여 만화로 남겼다.
처음엔 너무 노골적으로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쏟아놓는 내용에 마음이 불편했다. 서양 사람들이 효를 모르는건지, 되바라진건지 도무지 모르겠군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서양사람이라서도 아니고, 되바라져서도 아니다. 그냥 솔직한거다. 현실인 거다.
작가는 대놓고 말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하루종일 반복하는 헛소리가 짜증나고 병상에 누워서도 고집을 부리는 어머니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 집이고, 병원이고, 요양원이고, 반복적으로 들러야 하는 상황이 피곤하고, 부모님에 관련된 모든 부양 활동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끝까지 부모를 케어하고, 그들이 좀 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길 바랐으며, 죽음 앞에 선 그들에게 ‘사랑한다’ 말 할 수 있었고, 이렇게 부모의 마지막을 책으로 남겼다.
세상은 노령화 되어 가는데,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5~6명의 자식들이 나누어 짊어졌던 부모부양의 부담이 이제는 보통 한두명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100세 시대, 100세 시대 하지만 누워서 3~40년을 사는 거면 두 손 들어 사양하고픈 맘이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70대시다. 다행히 두 분 모두 건강하셔서 자식 입장에선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는 두 분이 우리 곁을 떠나시겠지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당장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요양 병원에 계시는 우리 시할머니는 올 해 아흔이시다. 올 봄, 이제 퇴원을 하시고 다시 집으로 오실 것이다. 아흔의 시조모와 함께 사는 것은 분명 쉽지도, 편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시설 좋은 요양원에 모실 때도 그리 편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형태든 부모의 부양에는 부담과 힘듬이 따른다.
이 책의 작가처럼 나 역시 시할머니 부양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현실이니 어쩌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 밖에...^^;
할머니의 귀환을 앞두고 만난 이 책에서 나는 또 작은 위안을 얻어본다.
‘힘들면 힘들다 말하리라.
화나면 화난다 말하리라.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하리라.
할머니든, 부모님이든 그 어느 순간에
아, 이렇게 해드릴걸.... 하고 후회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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