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 따위로

by 소연

검은 꿈 속을 헤매다 눈이 떠 진 새벽

창문 틈 사이로 노랗게 스미는 아침볕을 보다

스그적 스그적 몇 자 적었다.


모두 나가고 없는 텅 빈 집 안

아직 마르지 않은 행주를 탁탁 털다

또 스그적 몇 자 적었다.


혼자 아점을 먹고,

혼자 청소기를 돌리고,

혼자 바빴다가 혼자 멍 해질 때

스그적 스그적 또 몇 자를 적어내렸다.


해가 눈을 감고

달이 눈을 뜨고

나갔던 이들이 돌아오고

다같이 모여 앉아 밥을 먹고


함께 있어도 심심한 나는

다시 또 스그적 스그적.


이런 글 따위로

이렇게 내 안에서만 굴러다닌 글 따위로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다 또

그렇게 자책하다 또

스그적 스그적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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