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

집착과 기대 내려놓기

경기도 오산 고현동에 있는 아이파크는 우리 부부 명의의 첫 집이었다.(2009년)

우연히 넣은 청약에 당첨되었고, 남편직장과 가까워 고민 없이 계약했다.

계약하는 날, 가장 좋은 동, 호수에 당첨되었다며 박수를 받았다.

일반층 2배의 거실층고, 우리만의 다락방과 테라스가 제공되는 최상층 아파트였다.

계약 후 아파트가 지어지는 3년 동안 매일매일이 설렜다.

나만의 테라스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아무 간섭 없이 햇빛을 즐기는 편안한 썬베드, 밤하늘을 보며 마시는 맥주, 테라스에서 느끼는 사계절을 상상했었다.

다락방에는 만화책이 잔뜩 쌓여있고, 언제든 닌텐도와 게임기를 꺼낼 수 있어 쉬는 날에는 온종일 뒹굴거릴 거라 계획했었다.



23년 7월 현재, 결혼생활 18년 차가 되었다.

송파구 문정동의 작은 빌라에서 신혼을 시작한 후 열심히 돈을 모아 분당의 18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 후로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세금의 100%를 올려달라고? 절대 안 돼, 이사 갈래’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층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춥고, 미치도록 더워, 이사 갈래’

‘여긴 오래 살고 싶었는데 이직을 했잖아, 회사 근처로 이사 갈래’

이쯤 되니 남편은 전세계약기간 2년만 지켜주기를 부탁했다.


결혼 18년 동안 10번의 이사를 했고, 서울, 분당, 오산, 산본, 안양, 용인 등 다양한 지역에서 2년씩 살다 보니 집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집이라기보다 펜션이나 콘도, 에어비앤비쯤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좋은 점이 있는데 새로 살게 될 집을 고를 때 큰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좀 작아도, 춥고 더운 꼭대기층이어도, 오래된 아파트여도 괜찮다.

그저 2년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간절히 원했고, 어렵게 갖게 된 것들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지키지 못하면 실패하는 삶이 된다고, 잃게 되면 끝이라는 생각에 있는 힘껏 움켜쥐고 살았다. 맞지 않는 옷이라 깨달았는데도 집착했다.

안정적인 직장이 그랬고, 20년을 함께한 친구들이 그랬다.

집에 대한 집작을 내려놓고 보니, 삶의 태도까지 변하게 되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한, 두 가지의 원칙만 지키자.

나머지는 집착과 기대를 버리고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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