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제로 사람의 노력
도대체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신경거스르는 소리가 나는데 왜 의자를 끌까?
무척 힘들어 보이는데 왜 다리를 심하게 떠는 걸까?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큰소리로 말할까?
공감능력 제로인 나에게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결혼 18년 차, 우리 부부가 거쳐간 집 대부분에는 빌트인 오븐이 있었다.
대부분 오븐문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나왔다.
좁은 집에 자리만 차지한다 생각해 곱지 않게 쳐다본 적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오래된 아파트라 빌트인 오븐이 없지만 우리 집에는 스마트 오븐이 있다.
지난해 10년도 넘게 쓰던 전자레인지가 고장 나서 새로 산 것이다.
어차피 새로 사야 하니 전자레인지도 되고, 오븐도 되는 것으로 신랑이 골랐다.
지난해 겨울, 필리핀 세부에서 4달을 살고, 2월에 한국에 왔다.
돌아와서 가장 먹고 싶었던 건 마라탕과 마카롱이었다.
예전 살던 곳 근처 맛있는 마카롱 가게가 있었는데 그게 먹고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마카롱 가게는 문구점이 되어있었다.
’ 집 근처 마카롱 맛집을 찾아볼까?‘ 하다가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4.5cm의 귀엽고 동그란 마카롱은 마성의 디저트다.
위아래를 감싸는 아몬드 맛 꼬끄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쫀득하다.
꼬끄 사이의 버터 필링은 아몬드와 너무나 잘 어울려 ‘1개만 먹어야지’ 하는 처음 다짐을 무너뜨린다.
마카롱 레시피를 찾기 위해 유튜브 검색, 밀리의 서재 전자책도 찾아보았다.
가장 도움이 된 건 클래스 101의 마카롱 온라인 강의였다.
지난해 7월에 연간구독을 했는데, 5~6개의 마카롱 만들기 강의가 있었다.
가장 먼저꼬끄의 주재료인 아몬드 가루, 설탕, 분당과 오픈팬, 테프론 시트, 짤주머니와 깍지 등 재료를 잔뜩 주문했다.
택배로 도착할 재료를 기다리는 동안 2배속으로 온라인 강의를 들었고, 도착과 동시에 만들기 시작했다.
베이킹이 처음이고, 마카롱도 처음이라 한 달 내내 마카롱에 도전했다.
마카롱 반죽이 잘 건조되도록 최적의 건조시간을 찾고, 강의 속 오븐과 다른 우리 집 오븐의 온도를 찾아야 했다.
매일 마카롱에 빠져 작업하다 보니 ‘마카롱 가게를 차려볼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마카롱의 또 다른 매력은 짤주머니에 담긴 반죽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예쁜 색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 수도 있지만, 하트모양, 조개모양, 꽃잎모양으로도 금방 만든다.
조금의 수고를 더하면 노란 우비소녀, 토끼, 곰돌이, 개구리도 짤 수 있고, 도라에몽, 호빵맨 같은 캐릭터도 짠다.
아직 마카롱 꼬고 가운데 들어가는 필링의 매력에 대해서는 시작도 안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한 달 동안 매일 마카롱 만들기를 시도했다.
아몬드 가루와 분당, 머랭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정성스레 꼬끄를 짠다.
오븐에 굽고, 바닐라필링을 짜 넣은 후 12시간 냉장 숙성을 시키면 완성이다.
요즘 달달한 게 생각나면 나만의 마카롱을 꺼낸다.
이제 쉽게 마카롱을 사 먹던 나는 없다.
‘마카롱을 좋아해’를 넘어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해는 결국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을 먹고 자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