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무뎌지기
한가롭게 걷다 눈앞에 신호등 초록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건널까? 아니야, 늦었어, 다음에?’를 고민하기도 전, 이미 뛰고 있었다.
마음만은 우사인볼트의 달리기 자세로 힘차게 달린다 생각하지만, 제삼자가 본다면 뛰는 건지, 걷는 건지 궁금해할 속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쯤 이미 빨간불로 바뀌었고, 자동차 운전자의 눈치를 살피며 나머지 횡단보도를 건넜다.
매일 주어지는 24시간, 꽤나 느린 속도로 살다 보니 때로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오늘이 며칠이지? 무슨 요일이지? 내 나이가 몇이었지?
곰곰이 떠올려야 생각이 나고,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줄넘기가 되었고, 어쩌다 사진에 찍히면 이제 늙었구나, 젊은 시절의 나는 이제 없구나 느끼게 된다.
그저 매일을 살다 보면 나이 듦의 괴로움까지 잊고 산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 순간이 오면 받아들이기가 힘겹다.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면 예쁜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 일도, 매일 아침 외출 준비를 하며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고르는 일도,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주기적으로 체지방을 측정하고, 운동을 하는 일도 아무 의미 없이 느껴져 서글프다.
그래서일까? 요즘 아이유(IU)의 우울시계 노래가사가 그렇게 내 마음 같다.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 이 시간엔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별 것도 아닌데 우울하다 ‘
남편은 출근을, 아이는 등교하는 분주한 아침을 해치우면, 적막하고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 온다.
그저 평범한 매일이다, 별 일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는데 우울하다.
어릴 땐 빨리 어른만 되었으면 했다. 어떻게든 빨리 경제력을 갖춰 행복해지고 싶었다.
30대에는 젊은 날과 바꿔 모은 것들을 실컷 누리고, 50살쯤엔 죽어도 좋다 생각했다.
막상 40대 중반이 되니 ‘어떻게 하면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를 고민한다.
우울해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고, 날카롭지 않게 조금씩 무뎌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