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2번의 고비

일 년 중 2번, 나를 뒤 흔드는 고비가 찾아온다.

초등학생, 중고등 학생을 키우는 모든 엄마들이 공감하리라 섣불리 판단해 본다.

그 첫 번째 고비가 시작되었으니, 바로 여름방학이다.

예견된 고비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하여 대비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방학하면 다니게 되는 특강이요. 몇 시에 끝나요?”

“무슨 요일에만 가요?”

적잖게 당황했다.

한 달 전, 특강에 대한 일정과 내용을 모두 상의했기 때문이다.

막상 방학식도 하고, 곧 방학이 시작되니 실감이 난 모양이다.


월요일~금요일, 매일 10시부터 4시까지 일정을 다시 설명해 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힘겨운 일정이라 여러 번 이야기하고 결정한 스케줄이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문법까지 고루 갖춰진 몰입영어특강이라 욕심이 났고, 장점을 부각하고, 적절한 보상도 제시하며 힘겹게 설득했었다.

“그럼, 난 친구들하고 언제 놀아요?”

화를 내지도, 떼쓰는 것도 아닌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하는 아들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몰입영어특강에 대한 장점과 힘들지만 끝마치고 나면 성장할 모습까지 다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시간을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으로 사용해도 되니 내일까지 결정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마무리했다.

다음날, ‘한번 해볼게요’하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틀이 흘렀다.

남편과 다시 한번 상의한 후 몰입영어특강은 취소하기로 했다.

방학기간 동안 꼭 하고 싶었던 것 한 가지를 도전해 보는 쪽으로 결정했다.

남편과 아들은 함께 여름방학 계획표를 짰고, 마지막에 서명까지 넣어 잘 지켜보자 약속했다.


월요일~금요일 10시부터 1시까지 근처 도서관에 가서 무슨 분야든 읽고 싶은 책을 읽기로 했다. 독후감은 쓰지 않고, 읽은 책 제목과 작가만 적자고 했다. 방학기간 동안 몇 권을 읽을 것인지 상의했고, 30권을 목표로 세웠다.

방학 첫날 인 월요일부터 시작하려는데, 휴관일인 것이 생각났다.


도서관 대신 ARC N BOOK으로 갔다.

아크 앤 북은 롯데몰 수지점 3층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서점이지만, 영풍문고나 교보문고의 느낌과는 달랐다.

책과 굿즈, 소품, 문구, 팬시용품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1시간 동안 서점 곳곳을 탐색한 후, 마음에 드는 어떤 책이든 1권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른 1권은 글밥이 있는 책으로 고르게 했다.

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골랐고, 지금 옆에서 그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나는 1일 1 글쓰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