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과 전담 교사로 살아남기
6학년이라서 그런지 첫 오리엔테이션 시간 때부터 평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래, 슬슬 평가에 대해서 의식할 나이지. 며칠 전 1단원 학습이 끝나고 첫 수행평가가 있었다. 전담으로서 음악, 영어만 가르치다 보니 수업 한 차시 한 차시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확실히 길어졌는데, 평가도 예외는 아니다. 더 나아가 평가를 대하는 학생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고려할 여유가 생겼다.
심리학적으로 불안은 생리적, 행동적으로 나타나는 불쾌한 느낌 혹은 감정적 상태(Dusek, 1980)를 나타낸다. 그리고 시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불안을 시험불안이라고 따로 정의한다. 시험 불안은 크게 인지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인지적인 요소는 근심(worry)과 유사하며, 시험 실패로 나타날 결과에 대한 생각을 포함하며 감정적 요소는 말 그대로 두려움, 불안감 등의 실제적인 각성이다. 이러한 시험불안은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과 학업성취 등 중요한 요인에 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불안할 수 있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교사나 학부모로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보통 평가가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니, 교실 상황의 어떤 것이 시험 불안을 특히 더 유발하는지 생각해 보자.
내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평소에 풀 수 있을 것 같은 문제인데도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하얀 도화지가 되는 거다.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보태어 시험의 형태나 구조, 사회적 비교에 대한 압박 등 다양한 요인이 시험불안을 키울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실에서 어떻게 시험 불안을 줄여줄 수 있을까? 먼저, 시험 문항의 난이도와 순서를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 순으로 배치하여 너무 초반부에 포기하거나 불안함을 크게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둘째, 시험의 목적이 상대적 비교보다는 자신의 성취 확인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시험 자체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이번 평가에서 적용해 본 것은 마지막 방법이었다. 평가 가를 포함해서 1단원 수업 전반적인 의견이 궁금해서 시험의 마지막 부분에 아래와 같이 첨부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없으면 안 적어도 돼요?"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에는 "게임 많이 해주세요"가 많았다. 영어 수업에서의 게임의 활용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일단 패스. 수업이 유익했고, 즐거웠다는 기분 좋은 의견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충격적인 한 아이의 피드백이 있었는데.
교과 전담으로서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교실 분위기를 좀 잡아보겠다고 엄격하게 1~2주를 지냈더니 이렇게 느낀 아이가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변명할 거리도 찾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에 흥미를 못 느낄 정도로 내가 어렵게 느껴졌다면 수정할 부분이다. 안 그래도(?) 교과서의 흐름도 알겠고, 아이들 개별 및 반별 성향도 파악했으니 힘을 조금 빼고 가볍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 나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말이지. 조금만 기다려줘 ㅇㅇ아. 학생 시험 불안에서 시작해서 수업 반성으로 마무리된 오늘의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