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심덕] 교육심리덕후 교사
대학원 3학기가 끝났다.
8월 논문 1차 프로포절을 앞두고
논문계획서를 열심히 쓰고
제출하고
피드백받고 수정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논문 주제가 확정되었고
연구 계획서를 완성해서 발표준비하는 게
앞으로 한 두 달간 해야 할 일이다.
아직 논문 쓰기 극초기 단계지만
그 과정을 맛보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 피드백에 이제 개방적이라고
그렇게 많이 변했다고
나 스스로 자신했었는데
실상은 아직 멀었다는 것
일단 논문 계획서를 제출해야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는 등
다음이 있는데
올리지 않고 계속 머뭇거리는 거다.
물론 나의 주제를 고민하고 재검토하는 과정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다.
다만 명확한 포인트를 갖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으아악" 내적 비명 질렀다.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교수님이라는 권위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현재 내가 이해한 것보다 똑똑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었다.
그 마음이 머뭇거림 혹은 회피의 행동으로
삐죽삐죽 드러난 거다.
그게 교육심리학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양상이었다.
완벽주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와 사회부과적 완벽주의.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높은 기준과 완벽함을 요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는 사회 또는 타인으로부터
완벽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믿는 태도를 말한다.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아동들은
우울과 불안이 높고
사회부과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아동은
우울과 불안에 더불어,
분노를 억압하거나 외부로 격렬하게
표출하기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Hewiit, Caelian, Sherry, Collins, Flynn(2002)
즉, 자기 지향적이든 사회부과든
완벽주의는 부정적인 면이 있으니
이를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경쟁과 압박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지향, 사회부과
혹은 두 가지가 혼합된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주의의 원인에 대한 연구도 많고
완벽주의를 완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그중에 한 가지가 인지 정서 행동치료(REBT)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생각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일상 버전으로는 글쓰기를 통해
내 잘못된 생각을 발견하고
바람직한 생각을 나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걸 계속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도 좋다.
완벽주의의 부적응적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다음
이렇게 쓰고 읽고 말했으며 생각한다.
‘피드백 많이 받으면 오히려 잘하고 있는 거다.
그러려고 대학원 온 거지,
잘하고 다 알면 왜 왔냐
나 자신을 현재 수준보다
더 낫게, 똑똑하게 보이려 애쓰는 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진짜 나, 내 수준을 파악하는데
오히려 방해물이 될 수 있다.‘
투자에 관심 있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투자자 레이달리오의 <원칙> 속에서도
나의 노력을 응원하는 구절을 발견했다.
학습은 우리가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얻은 후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실시간으로 지속되는
피드백 순환고리의 산물이다.
극단적으로 투명해지고 철저하게 개방적이 되는 것은
학습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투명해지는 것은
나를 사람들의 비관에 노출시키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투명성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배우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당신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라
학습을 피드백의 순환고리로 설명하는
레이달리오의 말에 공감했다.
더욱 나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데
과감해지자고 다짐해 본다.
이번에 받게 된 논문계획서 4번째 피드백
여전히 빨간색은 유쾌하지 않다.
살면서 만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누군가가 정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인생이 참 쉬워질 것이다. 그럴 수도 없지만.
그렇기에 고칠 점을 그 분야 전문가가
명쾌하게 알려준다는 것,
이건 정말 감사하고 오히려 기뻐서
폴짝폴짝 뛰어야 할 일이다.
지난주 내가 이상한 완벽주의를 스스로 인식하고
머뭇거림을 통제한 뒤 투명하게 나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만큼 자세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는 논문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블로그도, 인스타도,
지금 하고 있는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글을 발행하기 전에
나는 두렵다.
완벽하지 않은데 괜찮은 걸까?
너무 나의 속내를 드러내는 거 아닐까?
교사가 뭐 이렇냐고 나를 비난하지는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발행 버튼을 눌러야
그때부터 시작이다.
내 글이 어떤지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차린다.
이런 점을 고쳐야겠다고.
그리고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흔히 말하는
GIVE AND TAKE가
인생의 모든 배움과 성장에 적용된다.
먼저 나 자신, 내 속을 드러내야 (give)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다(take).
투명하게 나를 드러내는 용기와 피드백 덕분에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