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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릴리 Jul 05. 2024

할 말 많은 교실 속 자리 배치

[교심덕] 교육심리덕후 교사 

  교실 자리 배치는 학급 운영 요소 중 학생들이 가장 관심 가지는 주제라 "선생님, 자리 언제 바꿔요?" 질문은 교사가 늘 듣는 질문이다. 실제로 학습 및 생활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담임교사로서 늘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업 태도가 안 좋은 두 학생이 있으면 일단 떨어뜨리거나 자리를 이동해 보는 게 흔히 쓰이는 조치다. 그런데 이렇게 일상 교실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교실 자리 배치가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생각해 본 사람이 있을까? 며칠 전 6학년 한 반이 자리가 바뀐 이후부터 분위기가 흐려져서 뉴질랜드 원어민 선생님과 자리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뉴질랜드에서는 일 년에 한 번 교사의 판단 하에 자리를 정하고 일 년동안 유지한다는 거다! 자리를 왜 바꿔야 하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니 약 9년의 교직 생활 중 8년은 담임교사로,  1년 정도는 전담 교사로 일하며  나의 역할에 따라 자리 배치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랐다. 담임교사였을 때 학생들이 서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을 선호했다. 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바꾸었다. 학급에는 짝으로 선호되는 친구,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섞여 있고 칠판이 잘 보이는 좋은 앞자리 (물론 뒷자리를 더 선호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뒷자리가 있다. 그렇기에 첫째, 공정함을 표현하기 위해 둘째, 학생들이 다양한 친구들과 짝 혹은 모둠 활동을 하며 사회적 기술을 향상한다 셋째, 하나의 학급 이벤트로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유지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전담교사가 되어보니? 



 일단 전담교사는 교과 학습 숙달의 목적을 가장 크게 둔다는 점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특정 과목만을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제한적이고 사회적 기술보다는 교과 학습 목표 달성에 더 초점을 두게 되었다. 누가 뭐 지켜보고 감시하는 건 아니지만 양심적으로 학년 안에서는 비슷한 학습량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 안에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 목표가 담임 일 때보다 조금 더 타이트하다. 그런데 원래 반에서 자리를 바꿀 때마다 전담 시간에도 바꿔 앉도록 했더니 오히려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되면서 수업 '진도'가 꼬여버리기도 한다. '어? 이 반이 저번 주까지 수업 태도가 괜찮았는데 오늘 갑자기 왜 이러지?' 의문이 생기는 경우, 자리가 바뀐 후인 때가 많았다. 교사인 나도 바뀐 자리 구성에 적응하는 시간이 새롭게 필요하고 학생들이 새로운 자리와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 수업 진행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이런 차별성에 대해 뉴질랜드 원어민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거다. 뉴질랜드에서는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일 년 내내 같은 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고정된 자리 배치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태를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유리한 점이 확실히 있다. 뉴질랜드 말고 다른 나라들의 경우도 함께 살펴보자.


  

  일본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자리를 바꾸는 전통이 있다.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자리 변화는 학생들이 특정 그룹에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고, 학급 내에서 공정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우리가 많이 부러워하는 핀란드에서도 뉴질랜드와 같이 자주 자리를 바꾸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핀란드는 학생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고정된 자리 배치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공간을 책임지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이 자리 좀 바꿔주세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담임교사를 할 때 난감했던 적이 자리에 대한 학부모 민원이 꽤나 자주 발생한다는 거다. ㅇㅇ이와 사이가 안 좋은데, 짝이 되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자리를 교체했으면 한다는 요구를 가장 많이 받아봤다. 심각한 갈등이 계속 생길 경우 자리를 교체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어차피 주기적으로 자리를 교체하니 다음에 교체할 때 고려하겠다고 이야기드렸다. 나는 그랬지만 어떤 선생님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일단 수용해 주는 분들도 계셨다. 뉴질랜드 선생님은 이런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리 배치는 온전히 교사의 몫이며 학부모의 의견이 수시로 반영되지 않고 시력 등의 문제로 배려받아야 하는 경우, 미리 고려된다. 미국, 핀란드 역시 학부모의 의견이 자리 배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편이다. 학부모의 의견은 참고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들의 자율성이 존중되고 학습 효과를 고려하여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사의 전문성에 따른 결정을 신뢰하는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자리 배치는 교실 문화와 학습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담임교사와 전담교사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자리 배치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나 공통적으로 이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교사의 역할을 학생들의 안정감 유지와 학습 상태 관리에 중점에 두는지 혹은 생동감 부여와 사회적 기술 양성에 두는지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혹은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요청할 때마다 자리를 바꾸는 건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을 학기 초에 학부모, 학생과 미리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은 교사의 교육적인 판단을 믿고 1년 동안 선택된 자리 정하기 방법의 장점을 경험해 볼 기회로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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