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심덕 | 교육심리덕후 교사
이 주제를 쓰기로 마음먹는 데에도 약간의 불편한 마음을 물리쳐야 했다. 내 안에 ‘교사는 돈을 밝히면 안 돼.’라는 선입견을 많이 떨처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남아있었음을 느낀다. 요즘 같은 교사든 다른 직종 지인들을 만나면 돈, 투자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교사를 그만둔 지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건 학교 안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서점에 가도 베스트셀러의 많은 책들이 투자 관련 책인걸 보면 말이다.
사람은 모두 자존감을 필요로 하는데 자존감은 자기 효능감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이다. 자기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일(학업)과 관계, 돈이 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한다. 일을 잘하면 돈이 따라오기도 하고,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업무 성과에 도움주기도 한다. 일을 잘하면 직장 동료에게 도움이 되니, 관계도 좋아지고 내가 속한 팀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돈. 돈을 잘 다루면 우리의 관계와 일도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안정은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는 직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인간관계도 한결 여유롭고 긍정적일 것이다.
교사도 그렇다. 교사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가장 좋은 점은 교육 신념을 지키는 데 더욱 당당할 수 있다는 거다. 교사라는 일이 유일한 수입을 얻는 방법이라면, 학교나 교육 시스템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교육과 같이 안정된 형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가 다양한 경로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의 교육신념을 지킬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다. 꼭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 또는 사업의 형태로 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 또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므로 수업 준비나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교사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그 자체로 학생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며 경제 교육에도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내가 예전부터 ‘교육’이라는 일이 매력적이라고 느낀 건 내가 접하고 배우는 모든 것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내 주변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었다. ‘어? 이 물건은 어느 회사에서 만드는 거지?’ , ‘요즘 사람들은 어떤 신발을 많이 신지?’, ‘이 회사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까?’ 등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의문과 관찰 포인트들은 작게는 사회 교과의 경제 영역, 수학 수업 등에 활용될 수 있고 넓게는 세상을 향한 호기심 가득한 태도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고 싶다. 돈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는 정보가 진짜 사실인지 내가 점검해 보고, 나만의 근거로 결정을 내리는 판단력이 정말 중요하고 나에게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역시 돈을 좋아하게 되면서 교사로서 겪은 생각의 변화다.
교사가 경제적 성취와 자신감을 얻는 것과 그 과정은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교사가 돈을 좋아하고, 돈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하는 것은 결코 부끄럽거나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교사가 되는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교사의 경험은 다양한 형태로 풍부한 수업 자료의 바탕이 되고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의 모습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교직에 있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고 그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을 느낄 뿐 아니라 교육의 재료로 잘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