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헷갈릴 때가 있어
다음 날 국어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문장 부호’가 나를 민망하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교과서에 있는 예시로 문장 부호 쓰는 방법을 설명하고, 한 번씩 연습하는 걸로 간단하게 계획했다. 그 계획대로 한참을 수업하고 아이들이 쓴 문장 부호를 확인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그런데 시작하는 큰 따옴표랑 작은따옴표 6 모양 아니에요?” 하는거다. 그러자 다른 아이 몇 명도 “맞아, 나도 그런 거 같았어.” 라며 맞장구쳤다.
그때서야 살펴보니 작은따옴표, 큰 따옴표 모두 시작할 때는 6 또는 66 모양이었다. 나는 9가 좌우대칭된 기호로 계속 써와서 뭐가 문제인지도 전혀 몰랐었다. 마음 편하게 보자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이미 한 시간 동안 잘못된 내용을 가르치고 연습시켰다는 사실을 깨닫자 당황스러웠다. 이때까지 아이들을 만나면서 실수하고 정정한 적이 처음은 아닌데 유난히 그랬다. 이제 와 그 당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면, 우습지만 이렇게 어린 1학년들 앞에서 뭐든 다 알고 잘 아는 존재로 여겨왔다가 완전히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들킨 게 많이 부끄러웠다. 교사도 학생도 서로에게서 배워가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깊은 마음속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굳게 자리 잡았던 것일까. 아이들이 긴가민가하는 사이에 종이 쳤고, 수업은 끝났다.
다음 날 국어시간, 잘못 가르쳤던 부분을 다시 설명하기 전에 선생님이 10년 넘게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우리 반 친구들 덕분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 반 아니었으면 선생님 계속 잘못 알고 있다가 나중에 더 부끄러운 일이 생겼을 거야. 고마워요.” 아이들 표정은 조금 의아한 듯 알 수 없었지만 다음 활동에서 따옴표 모양을 틀리게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일에 대해서 아이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도 뭘 모르거나 잘못 알 수가 있구나.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제대로 알아가면 되는구나.’라고 잠깐이라도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문득 따옴표 볼 때 따옴표를 틀리게 썼던 한 선생님이 생각나서 픽 웃을 수 있으면 더욱 좋고. 지난주에 있었던 일 중에서 이 일이 가장 좋았다. 내가 몰랐던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털어놓는 해방감이 좋았고, 아이들이 아무런 비난이나 질문 없이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그 순간이 묘하게 따뜻하고 고마웠다. 물론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 중에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한번 더 확인해서 민망한 상황이 없도록 해야겠다고도 생각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