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예원 May 15. 2021

독립적인 삶과 친밀한 관계

오월의 햇살은 눈부시다. 근사한 수국에 넋을 잃고 외로움을 잊는 것도 나쁘진 않다.


연애와 멀어진 시간이 제법 지났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만남의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부질없는 세월만 흘러가는 듯하다. 설렘의 순간이 오기는 하는 건가.


이보다 좋은 날씨가 있을까, 오월의 햇살은 눈부시다. 바람에 춤추는 이파리와 만개한 꽃송이에 나는 미소 짓는다. 근사한 자연에 넋을 잃고 외로움을 잊는 것도 나쁘진 않다.


시베리아 한파가 한반도를 몰아치던 어느 추운 겨울, 그 이후 열댓 번 정도 차를 마시고 밥도 먹은 한 신사분이 내게 말했다.


“남자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를 좋아하죠~

뭐라 할까? 당신은 혼자서 잘 살 것 같아서…

굳이 제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여성스러움이 뭐길래…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그의 취향을 표현한 걸까. 혹은 통제하고픈 남자의 욕망을 내비친 걸 수도. 자기 여자로 길들이는 데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여자가 아니라서 그랬나? (애인을 소유와 존재 사이에서 헤매다니요!)


사랑받기 위해, 매력 있게 보이기 위해 특정한 여성성, 남성성을 가져야 한다고 우리는 은연중에 배웠다. 여성스러움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여자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수줍게 웃고, 부드럽게 말하고, 신비롭고 조용한… 외부에서 주입한 참한 이미지일 뿐 진정 원하는 내 모습인 걸까?


나의 친애하는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어질고 배포가 큰 남자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경쾌한 에너지를 뿜는 모습에 얼마든지 여성스러움을 느낀다. 우리 딸이 얼마나 애교가 많고 천상 여자인지 엄마는 잘 안다.”


죽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죽을 때까지 사랑한 이가 얼마나 될까? 연인은 많으나 여전히 공허하고 애정에 굶주려 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중독마냥.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거나,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여기기에, 진정함이 없으니 허무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신성함을 경험한다. 그렇지 않을 땐 명치끝에서 저려오는 외로움과 실존적인 공허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격정적인 순간,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밀려오는 행복과 충만을 만끽할 때, 진정함과 온전함이 있다.


파트너의 이슈 때문인 걸까. 사랑의 깊이 혹은 태도나 존재의 문제였을까... 진정하지 않을 때는 당장 그곳을 떠나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진다.


남성은 친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여성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우리 모두 자신이 원하는 얻지 못한다. 독립적인 삶과 친밀한 관계 두 가지 다 중요하니 말이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진실할 것이 전제되어야겠지... 나는 날것 그대로의 경험을 연애소설 같은 에세이로 브런치 북에 선보였다.


비난이 쏟아지고 험한 욕도 들려왔다. 단체 모임에서 가십의 이슈로 외면당했다. 평생 혼자 간직할 비밀을 거침없이 드러낸 나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험하게 본 모양이다. 가까운 지인의 충고와 직언에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나 자신이 괜찮다는 걸 그들에게 증명하느라 애쓰고 싶지는 않다. 부끄러움도 후회도 없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흔들림 없는 나를 발견할 뿐이다.


연인관계에서 서로의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걸 경험했다. 그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싸움을 건다. 갈등허용하고 공간을 내어준다면 새롭고 더 깊은 진실한 관계를 보상받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헤어짐이다. 이별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멀지 않아 알게 될 테니, 최악도 아닌 셈이다.


실제를 보고, 다름을 인지하는 데 있어, 거리와 경계는 필수적이다. 그때 진정으로 공감과 존중이 있다. 조화로운 삶이란 이런 걸까? 독립과 친밀함이 우리 사이로 자유로이 춤을 춘다.

 

오롯이 내가 나 자신이 될 때, 사랑과 존중, 함께라는 보상이 따라온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홀로 됨이 두렵고,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지 못한 상황이 힘들지만, 두려움과 외로움을 직시하고 서로를 놓아줌이 최선이다. 혼자 설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내 본래 모습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해지는 모습이며, 구름이며, 하늘이며… 이 모두는 꿈인 걸까? 환상이 아닐까? 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현실이다. 내가 말하는 진리는 과거도 미래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지금 있을 뿐이며,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 나는 있는 그대로, 있지 않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