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1인 언어치료실 10년 차 안식월 이야기
제주에서 안식월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안 친구가 한라산 탐방을 예약해 버렸습니다.
몇 년전 친구가 경험했던 한라산의 설경을 저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고...
미리 아이젠과 스틱, 스패츠를 준비하라는 말과 함께.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향했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버스를 타고 왔는데 변수가 생겨버렸습니다.
성판악 정류장에서 하차벨을 누르지 않아 성판악에서 내리지를 못했습니다.
친구랑 저랑 둘다 너무 당황
어쩔 수 없이 한참을 더 가서 다음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도착해야 하는 시간인 8시를 이미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택시를 발견하고 손짓을 보냈습니다.
마침 택시는 성판악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내려 오는 택시였습니다.
다행히 성판악에 도착을 해서 완전 무장을 했습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장착하고 스틱을 준비하고 눈 쌓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촌 것인 저는 이렇게 많은 눈을 경험할 기회가 적어던지라
힘든 건 둘째치고 눈구경하며 발을 디딜때 마다 나는 소리를 즐기며 기분좋게 올라갔습니다.
아~~친구는 한라산 정상까지 가능한데
저는 저질 체력이라 일단 사라오름까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원래는 끝없는 계단길인 사라오름 가는 길에 계단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이 쌓여 계단을 다 덮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눈쌓인 경사로를 오르고 올랐습니다.
진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르고 올라 드디어 사라오름에 도착한 순간!!!!
너무 멋진 광경에 잠시 멈춰섰습니다.
넓게 펼쳐진 겨울왕국 그 자체였습니다.
한참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설경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았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었습니다.
여기의 풍경이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저 멀리 한라산 설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록 그 곳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한라산은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은 그 어떤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친구와 함께 사진도 찍고 풍경을 맛보고
눈 덮힌 내릭막길을 조심 조심 내려왔습니다.
다 내려와서 친구가 하는 말이
제가 너무 힘들어 해서 혼자 앞으로 내뺐다고!!!
자신이 보이면 힘들다고 그만하자고 말할까봐
중간 중간 뒤돌아보며 나의 상태를 확인하며 얼른 앞으로 가버렸다.
친구가 포기하지 못하도록!!
아~~~~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이젠까지 신고 눈길을, 그것도 끝없는 경사로 구간을 올라가는건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나 내 눈앞에 펼쳐진 눈덮힌 사라호수의 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산을 오르는 이유를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나의 안식월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홀로 치료실을 운영하며 보낸 1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꽃길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오르막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 끝에 결단한 저의 안식월이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의미를 찾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친구가 아니였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시간
"친구야~~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