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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영 Aug 25. 2016

女行女樂

건강한 사람만이 앓는 병

다시 니체에 빠졌다.

도대체 건강한 자의 모험으로서의 질병이란 어떤 것일까?

니체는 생의 결핍 때문에 겪는 고통과 생의 과잉 때문에 겪는 고통을 혼동하지 말라고 한다.


“건강이 넘치는 자는 획일적으로 규격화된 생을 견디지 못한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낡은 습속을 견딜 수 없어 한다. 그의 신체는 둔감한 신체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고통스럽다.”


건강의 과잉으로 고통을 선택했다.

어차피 갱년기는 와있고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내가 쥐고 있는 줄 알았던 내 인생의 방향키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갱년기, 나의 사랑은 어떠한가?’ 를 물으니 황당하기만 했다.


지리산에 가고 싶었다.

왜 지리산이었을까?

모르겠다. 아니,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혼자 훌쩍 떠나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인생으로부터.


내가 생각했던 ‘나’는 혼자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

그렇게 낯선 곳에서 날 닮은 누군가를 만날 생각에 들떠 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혼자서 지리산도 못가는 겁쟁이였다.

무엇도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독립’이라 여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주말에 지리산으로 떠난다.

올해 목표 중의 하나인 ‘지리산행’을 이제야 실천한다.

혼자 떠나려던 건 실패다.

여자들과 함께 떠난다.


女行女樂.

지리산이 허락한 공간에서 머물 것이다.

뜨거운 계절보다 더 뜨겁게 나를 만나고 싶다.

왜 나는 늘 나를 그리워하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또 묻고 싶다.

왜 이 열대야에도 발이 시린지.

왜 문득 울컥한 지.

시린 발 때문인지, 녹일 곳이 없기 때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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