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사랑도 인스턴트다'라는 말이 있었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스턴트 음식 처럼 빠르다 해서 붙여졌던 말이었다. 그래서일까? 환승 이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인스턴트식 사랑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환승이별을 하건, 그런 이별을 당하건, 양다리를 걸치던간에 본질은 '외롭다'이다. 외로움이 내면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환승 이별이 생겨난다.
환승 이별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관계 속에서 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편안하고 안정된 관계를 추구한다. 이런 이상적인 관계가 사랑이라는 원천으로 완벽하게 이뤄질 것이라 꿈꾼다. 하지만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므로 완벽한 사랑도 존재할 수 없다. 꿈꿔왔던 이상형을 만나더라도, 외롭고 공허한 감정을 떨쳐내진 못한다.
더욱이 연애를 할 수록 두 사람 사이에 생겨버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느쪽이든 인내심과 이해심이 부족해지면 그 관계는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군가는 관계의 삐그덕거림이 찾아왔을 때 빠르게 튼튼한 다른 관계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고통이다. 우리는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환승 이별을 하고 양다리를 걸친다. 그러니 바람피운 특정인을 손가락질 하기보다, 절망스런 고통을 감수 할 그릇이 되지 않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지만 개인이 받을 외로움의 크기와 그 고통의 무게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환승열차타는 사람들은 이별의 힘듦보다 새로운 만남으로 마음이 꽃밭일 것이다. 그 꽃밭을 지나면 결국 외로움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앞에 서야 하겠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의 무게와 크기를 가늠하고 어떻게 그것을 견딜 수 있는지 배워야 하는데 한 번도 자신의 외로움을 마주 본 적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환승 이별 하는 사람도(A), 당하는 사람도(B), 환승열차를 환영한 새 인물도(C) 모두 마음속에 껄끄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A)는 배신했다는 죄책감으로 (B)는 배신당한 분노로 (C)는 책임전가라는 오만함으로.
환승 이별에 관한 고민을 듣고 있으면 답이 뻔히 보이면서 한편으론 답이 전혀 없기도 하다. 각 개인은 각자가 자라온 환경과 애착 성질에 특화된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환승 이별 방식을 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개인의 감정 깊이를 내가 알 수는 없지만 감정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음은 확실히 체감한다.
환승 이별을 빈번하게 목격하고, 듣게 되고, 그것이 보편화 되어 누군가와 헤어진 후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일이 쓸모없게 여겨질까 무섭다.
그렇게 자신의 외로움을 다독이지 않고 계속해서 본인의 외로움을 상대방이 해결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질까 봐.
나는 외로움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충만감으로 하는 사랑이 더 많아 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