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
불륜에 대한 짧은 칼럼
불륜, 바람, 외도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성관계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중에 성관계만을 목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은 적다.
바람 피우는것은 남자의 본능?
한때는 남자가 여자보다 불륜을 저지르는 빈도가 높은 이유를 생물학적인 근거에 빗대었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면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더 많은 후손을 남기고 싶어 했기에 성적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도록 진화되지만, 여자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출산 후 아이를 돌봐줄 남자를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남자들보다 성적 호기심이 적고, 다른 상대를 유혹하고 싶은 동기가 적었다.
이런 이유에서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길러줄 충성심이 있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 할 확률이 높았기에, 기질적으로 바람끼가 다분한 여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남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시대의 여성은 바로 오래전 선택받은 조상으로부터 나온 자손이기에 바람을 피우고 싶은 유전적 기질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인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많은 자손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생물학적인 이유로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본능"이라는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바람을 피우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조사결과 성별에 상관없이 배우자와의 부족한 대화, 정서적 교감의 부재가 불륜 사유의 65%를 차지했다. 시간이 흐르면 (커플/부부)의 관계에도 정체기가 찾아오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져간다. 설렘과 흥분이 사라지고 사랑이 식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더 이상 서로에 대해 궁굼해 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바람을 피우게 된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지만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 혼자뿐이라고 느껴질 때, 지금 잠깐 나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거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현재의 배우자보다 새로운 사람과의 행복한 관계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는 대화도 더 잘 통하고, 내가 원했던 결혼생활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찰나, 다시 한번 사랑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바람피우는 것이 잘 못 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Ego는 말한다.
"넌 더 좋은 관계 속에서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
우리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해 줄 수 있을까?
당신 절친의 (남편/남자친구)가 바람 피우다 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 친구와 헤어져"라고 조언할 것이다. 결혼을 한 상태라면 "남자들 원래 한 번쯤 바람피우게 되어있어, 한번 용서해주고 살아" 라고 조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의 유무를 떠나서 불륜을 저지른 사람을 한 번에 내치는 사람은 드물다.
"도대체 왜 바람을 피웠는지 이유라도 들어야겠어요"
"이렇게는 못 헤어져, 한판 하고 끝을 내야겠어"
이렇듯, 수 많은 자기합리화로 바람을 필 수 밖에 없었던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려고 한다.
인류 진화론을 다시 들여다보면 인간은 유아기 때 양육자와 정서적 친밀함으로 유대관계를 맺는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유대관계를 이어간다. 그 관계가 좋든 나쁘든 한번 맺어진 유대관계로 인해 우리는 쉽게 이별을 결심하지 못한다. 헤어지고 난 후에 겪어야 할 분리불안은 인간에게 가장 큰 슬픔이자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매 맞는 부인이 이혼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고,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헤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부/커플)은 상대를 용서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한다.
상담치료사들은 불륜은 커플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지만 또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먼저 신뢰를 무너트린 파트너를 다시 믿어야 한다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함, 우울증 등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륜을 저지른 사람의 헌신적인 사랑과 지지를 다시 보게 되는 일은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당연히 신뢰가 다시 쌓일 때 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리겠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은 이 시기에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기도 한다. 관계 회복을 위해 그동안 서로가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필요로 했는지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으며, 그동안 왜 상대가 원하던 것을 들어줄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커플의 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