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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on May 21. 2021

연락 문제로 싸우는 커플


정말 연락만이 사랑을 증명하는 길일까?



우리는 연락의 빈도수가 적으면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고, 연락이 없으면 혼자 불안해한다. 연락과 관련해서 집착과 불안이 심한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는 연구 결과마저 있다.


이상한건 친구에게 연락이 없는  아무렇지 않아도, 애인에게 연락이 없는  화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애인의 연락에 집착하는 것일까?



연락이라는  자체만 찾아보면 [어떤 사실을 상대편에게 알림]이라고 적혀있다. 잠시 과거를 생각해보자. 빠른 연락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고, 인류의 문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과거에는 편지만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유일한 연락 수단이였는데 근황을 적은 편지는  주가 걸려 상대방에게 도착한다. 그리고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기까지 다시  ,  달이 걸려야  사람의 편지가 오고 간다. 과거사람들에게 연락(편지)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었다. 이들에게 연락을 얼마나  기다리는가는 자존감의 문제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었다.




2차 산업혁명 후 가정집마다 전화기가 보급화 되었다. 밤이 되면 사랑 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물리적인 거리가 무색하도록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온다. 연인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통화를 한다. 이때부터 였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은. 전화가 없는 날이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애모만 깊어진 채,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몇십 년도 안돼서 전화기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었다. 빠른 연락이 더욱 안락한 삶을  것이라 사람들은 믿었다. 핸드폰의 발명 후 사람들은 어디에 있든 필요한 순간에 누구에게나 연락을 취할  있게 되었다.





핸드폰이라는 연락 수단 덕분에 우리는 편리한 삶을 얻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대가로 여유로운 삶을 잃었다.


이제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연락에 즉시 답장을 줘야 하는 일상을 살게 된다.

답장을 보내면 상대방 역시 바로 답장을 보내온다. 그러면 나는 새로 온 답장에 또 다른 답장을 줘야 한다.


이제 우리의 하루는 누군가의 연락에 답장만 하다 끝이 나버린다.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은 핸드폰 전원을 꺼야 겨우 생길 정도로 여유로운 삶을 잃었다. 즉각적인 연락 방식에 기다림은 없어졌다. 이 말은 즉, 현시대의 연락은 소식을 전하는 일이 아닌 의사소통이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연락은 의사소통이 되어버렸다


의사소통은 우리가 타인과 연결되는 고리와도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이 연결고리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 행위는 내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만들어 낸다. 과거엔 집 밖으로 나가 사회활동을 해야 얻었던 소속감을 우리는 이제 방에 홀로 틀어박여서도 문자 몇 번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락은 타인과 비교도 안될 정도의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애인과 더 많은 연락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고받는 연락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대화는 없고 사진을 보내거나, 현재 내 상태를 알리는 기능에 더 가깝다. 상대가 무엇을 했는지 묻기도 전에 <지금 어디에 있고, 뭐 하고 있다>는 문자가 도착해있다.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24시간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사진을 통해 관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연락이라는 이름하에 우리는 애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통화를 한다고 한들 새로울 것이 있겠는가? 이미 일상을 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 새롭게 들려줄 얘기는 없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을 해야 한다. 연락이 계속되어야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가질 테니까.





연락 문제로 싸우는 커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넌 나를 외롭게 해"  

여기서 연락 문제와 자존감의 연관성이 나온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혼자라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애인에게 과한 연락을 요구하게 된다.


애인의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어도, 연락이 없거나 늦었다는 이유로 사랑이 식었다며 싸움이 시작된다. 싸우기 싫어서 연락의 횟수를 늘리면   말이 없어서 통화는 짧아진다. 연락은 많이 하는데 커플 간의 대화는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의미 없는 연락들로 자신의 외로움채우기 급급하니,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 다운 대화를  기회가 있겠는가?


아이러니 하지만 연락 문제로 싸우는 커플은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쓸데없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24시간을 감시할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이 적당한 시간에 맞춰서 통화 몇 번만 해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문자를 하지 않으면 할 말이 많기 때문에 통화는 길어진다.




사랑하는 이의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한 시간이 아니라, 연락을 기다리는 애틋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연락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질  있다.


당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되고 싶다면, 문자는 적게. 통화는 길게. 서로 얼굴을 보았을  대화는 깊게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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