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que time for languages.
당시 나는 캐나다의 작은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민국가의 매리트답게 많은 캐네디언이 2개 국어에 능숙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이민자 부모님의 언어를 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나 역시 3개 국어가 가능했다. 레바논 백그라운드인 카페 사장님은 무려 4개 국어가 가능하셨다.(영어,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카페에서 멕시코인과 캐나다인이 스페인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모닝 커피하러 왔다며 아랍인 친구와 아랍어로 대화를 하고 계셨다.
그러다 이따금 옆 테이블의 멕시코인과도 스페인어로 자연스레 대화를 섞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는 새로 들어온 일본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손님이 영어에 익숙지 않아 보였다.
나는 이젠 거의 잊어가는 일본어를 오랜만에 시전 했다. 그러자 손님은 반색했다. 어떻게 일본어를 구사하는지 놀란 표정이었다.
커피 한잔을 영어로 주문하기 위해 떨리고 부담되었을 긴장을 내려놓아서인가, 손님의 얼굴엔 편안함이 돌았다.
나는 오래전 일본에서 살았다며, 일본은 요새 어떤 분위기인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몇 개 국어가 작은 커피숍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일순간 영화 같은 침묵이 흘렀다.
모든 이들이 짜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돌리며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이 진귀한 상황에 웃음을 터트렸다.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우리 카페에 와 있는지 보라고 다들 언어의 천재들이야!”
유머 넘치신 사장님이 분위기를 한 껏 살리셨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언어'
나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을 좋아한다. 일본어를 공부할 때도, 영어를 공부할 때도, 현재 한국어에 매료되어 글을 쓰며 한글을 바라보는 이 순간에도.
의사소통의 시초이며 인류문명의 근원인 언어를 생각하면 가슴이 묘하게 벅차오른다.
영화 <ARRIVAL>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언어의 힘을 콕 집어 잘 설명했다.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golds a people together,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llect."
언어는 문명의 시초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고,
싸움이나 분쟁에서 처음 사용된 무기이기도 하지.
그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거리에서 들리는 다양한 언어를 들었다. 언어라는 것은 한 민족 혹은 한 나라의 고유한 소통 방식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함으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선다. 나 역시 외국인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해 주면 반갑고, "한국어 할 줄 알아요?"운을 떼며 다가서기 수월해진다.
캐나다에서는 몇 개 국어가 사용되는 걸까?
그러다 문득 소름이 돋았다. 각기 다른 언어들이 한 곳에 모여 쓰이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런 적이 있었던가? 한 국가에서 이토록 수많은 언어가 쓰이는 경우가 있었던가? 소름이 돋다 못해 머리카락이 쭈뼛섰다.
지금 이 시기는 미래에 반드시 기록될 것이다. 다양한 언어가 공존했던 진정한 글로벌 (Global) 시대.
혹은 언어의 황금기.
역사에 기록될 한 시점에, 다양한 언어가 쓰이는 아주 특별한 시간에.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