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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on Apr 01. 2024

그와 새벽 레슬링

방심하지마 (from 새벽 닌자)



수면을 취할 때 그는 실오라기 한 장 걸치지 않는다. 속옷 정도는 입고 자면 안 되냐며 수없이 항의했지만, 잠잘 때만이라도 온전히 자연인이고 싶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 역시 브래지어를 구속복처럼 착용하니 말이다. 귀가 후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 구속복부터 벗어던지는 일이다. 집에서 만큼은 내 가슴을 죄는 불편한 감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니까.


그런 이유로 잘 때만큼은 세상 편하게 자고 싶다는 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그날도 난 새벽까지 인터넷 속을 돌아다녔다.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노트북을 덮었다. 모니터의 하얀 불빛이 사라지자 협탁 주위로 스탠드 조명만 방을 밝히고 있었다.


잠을 청할 땐 분명 가슴께까지 걸쳐 있던 이불은 그의 뒤척임에 하반신까지 내려와 있었다. 나는 침대 맡에서 천천히 이불을 끌어내렸다.


그의 나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균형 잡힌 몸이 스탠드 불빛 아래서 유난히 돋보였다.


나는 아름다운 조각 작품을 감상하듯 그를 샅샅이 뜯어보았다. 얼굴은 볼품없으니 패스-. 그의 목선부터 떨어지는 어깨 근육과 단단한 팔. 내 가슴보다 본인 가슴 컵이 더 크다며 여자의 상징을 무시하는 가슴 근육.


철저한 자기 관리에도 불구하고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남성잡지에 나올법한 식스팩은 없지만, 그래도 늘어지지 않은 배 위로 수북하게 자란 털이 그의 음모까지 이어져 있었다.


나는 입고 있던 나시를 벗고,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렸다. 무릎을 세워 침대로 올라서자 오래된 스프링이 튕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가 깨지 않게 살며시 배레나룻 위에 올라앉았다. 둔감한 그가 으음, 신음한다. 눈을 뜨고 나를 인지하기까지 몇 초 걸렸던 것 같다.


나는 허리를 앞 뒤로 흔들며 조금 더 아래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작고 말랑한 것이 느껴졌을 땐 지긋이 압력을 가해 앉았다.


그가 웃으며 뭐 하냐며 내려오라고 나를 저지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그곳을 지분 거렸다. 나를 떨쳐 내려는 그의 몸 위에 올라앉아 아득바득 버텼다.


곁눈질로 벽걸이 시계를 확인하는 그는 곧 상체를 세워 내 골반을  쥐었다. 황당한 표정 속 묘하게 올라간 입꼬리. 어느새 축축하게 젖은 아래로 그의 손가락이 먼저 들어왔다.


새벽의 급습.

그날 밤은 나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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