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Day 31 in 후쿠오카 & 여행을 다녀온 후
이젠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주변지리랑 시스템이며 익숙해져 가는데 귀국 날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일본아주머니들이 얼마나 이야기 꽃을 피우는지.. 여행을 떠나는 저 마음을 잘 아는 지라, 좀 시끄럽다 생각하면서도 부디 좋은 추억 많이 가지고 돌아오길 바랐다.
비행기 안에서 서울로 출장 가는 회사원들을 만났다.
어디 어디 갔다 왔는지 서로 아는 지명이 나오면 반갑게 웃어가며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짜나 시간에, 약속에, 할 일에 연연하거나 쫓기지 않고, 애쓰지 않고, 고생도 했지만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많이 걷고, 소식한 덕분에 몸은 건강해진 것 같고 (여행 한 달 여 전에 한 종합검진에서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몇 가지 문제들에서 한 발 떨어져 나와 바라보니 결정할 것들에 대해 의지나, 기준에 대한 생각이 다져졌고, 더 명확해졌다.
나에게 귀중한 시간이었다.
환경의 중요함과, 자신을 아는 것과 지식, 지혜의 균형, 실천에 대한 용기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감사의 차원을 넘어 내가 살아가야 할 남은 날들에 대한 기준 이 될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누리는 훈련, 습관이 되어있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항상 뭔가를 하려고 움직여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바른 휴식, 자신을 위해 시간 쓰기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이
타이틀이 없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다니는 건 혼자이지만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 혼자 있고 싶다고 떠난 여행이지만
결국 가족과,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 다 함께 다닌 여행이었다. 나 혼자 부른 노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부른 노래였다.
결국에 내가 한 일은 그리고 해야 할 일은 선택, 결정, 그리고 용기인 것이다.
하지만 귀국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저절로 모험, 긴장감 등은 멀어지고, 저절로 안전, 안정 등에 생각이 많아지니, 조금 아주 조금 재미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 돌아갈 곳에 대한 책임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되돌아갈 곳이 있으니 떠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다.
다자이후텐만구에 가는 길에 문고판 책을 읽고 있던 , 그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여 내가 먼저 말 시켰던 그녀의 이름은 아키코!
그녀 때문에, 그녀의 부탁으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다시 올리게 되었고 간간히 내 사진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의 안부를 나눴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코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으로 만나러 갈게요.
아들과 함께 9월에 온다고 하여, 그때는 내가 미국에 있을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못 만날 것이니 내가 출국 전에 오면 어떠냐고 했더니 아들과 의논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며칠 후 6월 24~26일 일정으로 온다고 해서 우리는 25일에 경복궁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되어 드디어 아키코와 아들, 나와 남편이 만났다. 그 두 사람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했다. 나를 만나려고 일부러 왔다는 것이다.
그들을 위해 남편은 일본어 해설을 하는 창덕궁 후원을 예약해 주었고, 경복궁 창경궁 북촌으로 다닐 때는 남편의 통역과 길안내로 훨씬 수월하게 행복해하며 다녔고 칼국수집과 조용한 카페에서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시간을 보냈다.
버스에서 그리고 다자이후텐만구에서의 두어 시간의 만남이 그들을 한국으로 오게 했고, 어쩌면 나는 그들을 만나러 가게 될 것이다. 담엔 서로의 나라말을 더 많이 익힌 다음 다시 후쿠오카나 도쿄, 혹은 한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긴 유창하지 않아도 서로가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는 건 저절로 알아지더라만...
인연! 어차피 만날 인연이었나 보다. 여행 중에 만나 친구가 생겼으니 그 또한 행운이다. 우리는 지금도 인스타로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
호텔은 우리가 예약하고 하루 숙박비가 3배가 올랐다 한 달 가격으로 치면 어머어마한 이익을 봤다.
대중교통과 두 다리만의 여행이었기에 더 보고 다니고 싶은데
호텔로 돌아올 걱정에 욕심껏 하지 못한 불편함과 아쉬움이 있었지만
차를 타지 않고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걸어야 볼 수 있는 풍경의 맛이 있었다.
마지막 날이라 이 말 저 말 써봤다. 할 말이 많은 데 잘 못하겠다.
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작은 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길에서 만난 천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나의 한 달간의 이야기와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내가 묵었던 호텔 옆에 아주 아주 작은 신사가 있었는 데 내가 그곳을 떠날 즈음 있던 그 입구에 있던 글로 사진찍는 미미의 특별한 휴가를 마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