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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진 찍는 미미 Jan 23. 2024

동전지갑과 덧신

손뜨개 

엄마의 뜨개질 눈썰미는 AI 수준이다. 사람을 척! 하고 한 번만 보시면 조끼면 조끼 스웨터면 스웨터 하물며 내 딸의 원피스까지 사이즈 거의 맞게 만들어 내셨다. 모자, 머플러는 솜씨랄 것도 없었다. 언젠가 핸드백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손뜨개 가방이 뜨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동대문 시장 뜨개방에 아주 열심히 다니신다는 소문이 들렸다. 가방을 크고 작은 사이즈 별로 스무 개 정도 만들어 내셨나 보다. 딸 다섯에 올케, 손주 며느리, 손녀딸들 까지 숫자를 헤아리신 게 틀림없었다. 드디어 오빠와 올케가 나를 호출했다. 밤잠도 안 주무시고, 허리를 구부리고 넘 오래 앉아 계시고 너무 지나치니, 말려야 할 때라고. 도와달라고...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왜 말리는지  몰라 계속하고 싶어. 시간도 잘 가고 좋은데..."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나를 쳐다보셨다. 

그런 엄마에게 웃음으로 답하며 돈을 많이 드렸다. "이 돈으로 따뜻한 실 사서 내 등을 다 감쌀 수 있는 커다란 숄을 짜 줘" 라고 주문을 했다. 오빠와 올케의 작전은 실패했지만 엄마가 한 올 한 올 이어 뜨기 한 그 숄이 지금 내 곁에  남아서 겨울 추운 날은  엄마가 안아주는 듯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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