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아끼시던 반지
젊어서도 연세가 드셔셔도 누가 봐도 미인이고, 맘씨 곱던 내 시어머니는 몹쓸 병에 힘들어하셨다. 어느 날 왕만두를 사다 드리며 뜨뜻할 때 드시라고 했더니, 얼마나 달게 드시던지, 그때 모습을 보고 이분은 내가 드려야 드시고, 무엇이든 내가 하자고 해야 할 수 있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바다보고 싶어요?” “응” "그럼 가면 되지, 어머니 바다 가자."
어느 날 머리에 스카프를 씌우고 목으로 한 바퀴 빙 둘러 묶는데 야위고, 힘없는 어머님이지만 내가 해드리는 대로 가만히 계시니 그 모습이 어린애 마냥 예쁘고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마음은 아파 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자동차 뒷자리에 모시고 창도 내려드리고 바다를 보여주려고 대부도로 갔다.
손은 꼭 잡았지만 앞쪽의 바다를 보며 각각 서로의 생각에 잠겨있다 왔었다.
무슨 생각을 하셨나 여쭤보지 않았다. 그냥 알 것 같았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바다 구경 실컷 하시겠지. 거기에서는 아프지 않고 잘 계시지요? 어머니의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반지이다.